송인영 시인, 시 감상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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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영 시인, 시 감상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엮어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2.01.17 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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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제일보 장기 연재물, '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 이야기' 책으로 엮어
제주 시인이거나 제주를 소재로 한 74편 소개,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봐
송인영 시인의 깔끔하고 명료한 문체로 다시 읽는 '시의 맛' 더해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제주경제일보에 2년여간 장기 연재해온 ‘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낸 송인영 시인의 시문학 감상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가 나왔다.

강문신 시인의 ‘마라도’를 머릿시로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별 주제로 나눠 74인의 시인을 끌여들여 다시 읽는 ‘시의 맛’을 더한다.

소개된 시인들은 주로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를 소재로 다룬 시인이어서 제주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하여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놨다.

송인영 시인의 시 감상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
송인영 시인의 시 감상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

특히 송인영 시인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명료한 문체로 풀어놓은 ‘시문학 감상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는 독자들의 머릿속을 시원하게 뚫는다.

송인영 시인은 지난 2020년 4월 28일 오승철 시인의 <애월-장한철 표해록에 들다>를 제1회 연재분으로 게재한 이후 쉼없이 글을 써 왔다.

강문신 시인의 <마라도> 전문과 송인영 시인의 감상을 소개한다.

 

마라도

차오른 생각에는 내 누이가 있습니다

산기슭 갯마을이거나 수평선 끝닿는 데거나

누이는 빛바랜 바다로 그 어디나 있습니다

우리 한 식구가 불빛으로 모여 살 땐

빈 소라껍질에도 만선 꿈은 실렸습니다

수평선 그 한 굽이에 마음뿐인 산과 바다

마라도 선착장은 받아든 저녁상입니다

허술한 초가지붕 덧니물린 호박꽃도

그 여름 놓친 반딧불 별빛 따라 내립니다

남녘섬 하늘의 인연도 끝 간 자리

바다는 어디에도 가는 길만 열려 있고

서낭당 소망은 하나 둥근 사발 달 뜹니다

물마루만 바라봐도 청보리밭 키 큰 누이

한 점 바닷새가 저녁놀을 물고 와서

윤회의 섬 바위 끝에 하얀 집을 짓습니다

                                 (강문신, ‘마라도’ 전문)

 

“생각만 해도 가슴 한쪽이 시려오는. 반면 그 가슴 한쪽이 따뜻해 오는. 그것이 바로 ‘누이’라는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분명히 있는. 어떨 때는 봄바람으로 또 어떨 때는 가을 들판으로 한 시절 곧잘 우리를 일으켜 세웠던. ‘내 한 몸 희생하면, 내 한 몸만 희생한다면…’ 바다가 어미라면 섬은 자식인 걸까요. 이제는 각각이 다 살만하다지만 망망한 바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끝자리인 저 자리! 누가 기억해 주기나 할까마는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저 윤회의 바다에 어미처럼 새로이 또 둥지를 틀어. 멀어서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운 것인가 봅니다.”        (시인 송인영)

 

송인영 시인은 엮은이의 말에서 “집에서 오가며 마을 어귀에 늙은 감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곤합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점점 부풀고 노랗게 익어가는 나무를 보며 올해는 또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내게 들려줄지. 잘 익은 감 하나, 물큰하니 기대감과 설렘에 가슴이 뛰네요. 시인들이 어둠을 찍어 아프게 쓴 시를 나는 이렇게도 쉽게 읽어도 되는 건지 실은 무척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 독자의 눈으로 읽은 소감을 담담하게 담아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족할 수도 있고, 마뜩잖을 수도 있지만, 제깜냥으로 생각해 주십사”하는 변명과 양해를 구한다.

제주를 소재로 한 시감상집을 엮는데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문대림)의 후원과 시인 변종태 선생의 편집을 거치면서 짜임새 있게 꾸며졌다. 

송인영 시인은 서귀포시 표선 출생으로 제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 2010년 <시조시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별들의 이력』, 『앵두』,『방언의 계보학』이 있고, 2017년 서귀포문학작품 전국공모전 수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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