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인이거나 제주를 소재로 한 74편 소개,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봐
송인영 시인의 깔끔하고 명료한 문체로 다시 읽는 '시의 맛' 더해
제주경제일보에 2년여간 장기 연재해온 ‘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낸 송인영 시인의 시문학 감상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가 나왔다.
강문신 시인의 ‘마라도’를 머릿시로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별 주제로 나눠 74인의 시인을 끌여들여 다시 읽는 ‘시의 맛’을 더한다.
소개된 시인들은 주로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를 소재로 다룬 시인이어서 제주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하여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놨다.
특히 송인영 시인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명료한 문체로 풀어놓은 ‘시문학 감상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는 독자들의 머릿속을 시원하게 뚫는다.
송인영 시인은 지난 2020년 4월 28일 오승철 시인의 <애월-장한철 표해록에 들다>를 제1회 연재분으로 게재한 이후 쉼없이 글을 써 왔다.
강문신 시인의 <마라도> 전문과 송인영 시인의 감상을 소개한다.
마라도
차오른 생각에는 내 누이가 있습니다
산기슭 갯마을이거나 수평선 끝닿는 데거나
누이는 빛바랜 바다로 그 어디나 있습니다
우리 한 식구가 불빛으로 모여 살 땐
빈 소라껍질에도 만선 꿈은 실렸습니다
수평선 그 한 굽이에 마음뿐인 산과 바다
마라도 선착장은 받아든 저녁상입니다
허술한 초가지붕 덧니물린 호박꽃도
그 여름 놓친 반딧불 별빛 따라 내립니다
남녘섬 하늘의 인연도 끝 간 자리
바다는 어디에도 가는 길만 열려 있고
서낭당 소망은 하나 둥근 사발 달 뜹니다
물마루만 바라봐도 청보리밭 키 큰 누이
한 점 바닷새가 저녁놀을 물고 와서
윤회의 섬 바위 끝에 하얀 집을 짓습니다
(강문신, ‘마라도’ 전문)
“생각만 해도 가슴 한쪽이 시려오는. 반면 그 가슴 한쪽이 따뜻해 오는. 그것이 바로 ‘누이’라는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분명히 있는. 어떨 때는 봄바람으로 또 어떨 때는 가을 들판으로 한 시절 곧잘 우리를 일으켜 세웠던. ‘내 한 몸 희생하면, 내 한 몸만 희생한다면…’ 바다가 어미라면 섬은 자식인 걸까요. 이제는 각각이 다 살만하다지만 망망한 바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끝자리인 저 자리! 누가 기억해 주기나 할까마는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저 윤회의 바다에 어미처럼 새로이 또 둥지를 틀어. 멀어서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운 것인가 봅니다.” (시인 송인영)
송인영 시인은 엮은이의 말에서 “집에서 오가며 마을 어귀에 늙은 감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곤합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점점 부풀고 노랗게 익어가는 나무를 보며 올해는 또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내게 들려줄지. 잘 익은 감 하나, 물큰하니 기대감과 설렘에 가슴이 뛰네요. 시인들이 어둠을 찍어 아프게 쓴 시를 나는 이렇게도 쉽게 읽어도 되는 건지 실은 무척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 독자의 눈으로 읽은 소감을 담담하게 담아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족할 수도 있고, 마뜩잖을 수도 있지만, 제깜냥으로 생각해 주십사”하는 변명과 양해를 구한다.
제주를 소재로 한 시감상집을 엮는데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문대림)의 후원과 시인 변종태 선생의 편집을 거치면서 짜임새 있게 꾸며졌다.
송인영 시인은 서귀포시 표선 출생으로 제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 2010년 <시조시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별들의 이력』, 『앵두』,『방언의 계보학』이 있고, 2017년 서귀포문학작품 전국공모전 수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