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 (40)대성당의 모기떼
상태바
[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 (40)대성당의 모기떼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4.27 0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대성당의 모기떼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벌써 6월이다. 귀국할 날이 딱 두 달 남았다. 어제는 Oecusse 출장 허가가 나서 비행편을 예약하려고 공항 매표소에 다녀왔다. 이곳에서 국내선 비행기는 Oecusse 편이 거의 유일하다. 그런데 바로 표를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약을 하고 6월 6일에 다시 와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 그런 내용을 듣기는 했지만 바로 팔면 될 텐데 왜 다시 와야 하는지 이상하다. 오면서 티모르플라자에 들렀다. 모뎀 두 개를 충전하는데 20달러, 또 뿔사를 10달러어치 구입했다. 지하에 있는 끄마넥 슈퍼로 가서 사과 2Kg과 찹쌀 2Kg도 샀다.

주교좌 성당 안에서.
주교좌 성당 안에서.

이곳에서 어제와 오늘은 공휴일이다. 어제는 가톨릭의 성체성혈대축일이었다. 아침 7시 30분 대성당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서 버스로 이동했다. 7시쯤에 도착해 보니 조금 자리가 한가해서 앞에서 2번째 자리에 앉았다. 아주 연로한 신부님이 주 사제로 집전하고 젊은 신부님이 함께 한다. 미사 중에 한 여학생이 항상 옆에서 시중을 들면서 이동할 때, 계단을 내려올 때 옆과 뒤에서 부축한다. 장궤할 때는 아주 천천히 제단에 손을 짚고 무릎을 꿇는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그러나 목소리는 권위가 있고 성스러워 보였다. 성당 안에는 모기가 워낙 많다. 큰 성당이고 사람들도 많고 공간도 많아서 상주 모기가 워낙 많아 보였다. 주 교좌 성당이기 때문에 모든 것들의 규모가 거대하다. 성가대도 50여명이 되고 아주 우렁차고 성스럽고 웅장하다. 미사를 거드는 복사가 30명은 된다. 사진 몇 장을 남겼다. 나는 대축일이어서 주교님이 집전하시나 했었다. 주교님이 안 보이니 조금 섭섭했다.

미사에 다녀온 후 종일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탐독했다. 상하권으로 되어 있다. 독서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대 걸작이다. 오늘 상권은 끝냈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몇 차례 완독을 시도했었지만 마무리를 못 했었다. 이번엔 완독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회장님의 초대

금교건 아브라함 한인교회 회장님이 집으로 초청했다. 한인교회에서 예비 신자 교리반을 개설하고 내가 지도를 하고 있는데 고마움의 표시로 나와 예비신자 모두를 초대했다. 오승은, 이민영, 강승우, 이무현 선생님 등이다.

앞서 오늘은 정순균 시니어 단원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어서 11시에 이무현 선생님과 함께 공항으로 환송하러 나갔다. 이미 코이카 두 과장과 조희영, 박형규 단원이 와 있었다. 또 공항 가는 길에 김미경 선생님도 만나서 함께 도착했다. 그런데 김미경 선생님이 머리에 밴드를 붙이고 있다. 어제 미크롤렛으로 퇴근하는 길에 일어서면서 머리를 부딪혀 상처가 나고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한다. 착한 여자 봉사단원의 고통과 어려움을 눈앞에서 보는 듯 했다. 미크롤렛 버스는 너무 낮고 좁아서 오르내릴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도 여러 차례 머리와 이마를 부딪혔다. 그러나 심하게 부딪히지 않아서 부은 정도에 그쳤었다.

신규봉사단원을 교육중인 필자
신규봉사단원을 교육중인 필자

정순균 시니어 단원은 나보다 두 살 위다. 워낙 박학다식해서 대화를 해보면 모르는 것이 없다. 특히 영화배우와 감독 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그는 발전소에 근무했었는데 예비 전력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러나 일이 너무 없어서 1년 더 근무할 수 있지만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는 것 같아 귀국하게 된 것이다. 보통 사람이면 쉬면서 한가히 보내련만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분이다. 아주 정의롭고 순수한 가톨릭 신자다.

돌아오면서 조희영 선생님이 이무현 선생님과 나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 사실은 전부터 내가 어디 사는 곳인지 알고 싶어서 한번 차라도 대접하라고 농담 삼아 얘기 했더니 오늘 시간을 내는 것 같다. 그 사이에 여러 차례 내가 식사 대접을 했으니 점심을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그녀 집으로 가는가 했더니 주변에 있는 인도네시아 식당으로 들어간다. 뷔폐식이다. 밥에 반찬 두세 가지를 갖다 먹는 것으로 5달러다. 한 끼는 먹을 만 했다. 식당 안에는 서양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식사 후에 그녀의 집으로 차를 마시러 갔다. 식당 바로 옆이다. 부엌과 침대로 구분되어 있는 원룸이다. 겨우 한 사람 살기에 적절한 곳인데 그래도 많이 좁아 보였다. 모기와 바퀴벌레가 많고 밤엔 주변에서 사람 소음이 많아 이사갈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일단 들어오면 계약서에 1년 이상은 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또 고민이 생긴다. 그러니 잘 살펴보고 계약해야 한다. 나는 민들레차, 이무현 선생은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만드는 솜씨가 대단해 보였다. 알고 보니 커피 가게에서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한다. 조 선생님은 베트남에서 NGO 활동을 많이 했었다. 그러니 해외 봉사에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심성이 아주 순한 분이다.

나오며 추경숙 선생님 댁도 가보자고 한다. 이무현 선생님이 박형규 선생님이 그 곳에 있으니 들르라는 연락이 왔다 한다. 마당발인 이 선생님은 모든 단원들과 아주 잘 지내지만 나는 추 선생님 댁이 처음이다. 추 선생님은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을 하고 시니어 단원으로 봉사하는 칠십대의 여선생님이다. 한국에 모든 가족들이 독립하여 혼자 생활하다가 이 사업을 알게 되어 몇 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아주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계시다.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귀가했다.

인근 고등학교 도서관
인근 고등학교 도서관

저녁 때 아브라함 회장님 댁을 방문했다. 도미니꼬 고아원에서 김경섭 형제님을 만나 그의 차로 이동했다. 단독 주택이다. 들어서니 성모상이 바로 현관 앞에 모셔져 있다. 오래된 집인데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안마당에는 큰 나무들이 들어서 있고 주변에 꽃들도 많이 피었다. 도우미 아주머니와 함께 황영숙 선생님이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황영숙 선생님도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정년 후에 이 곳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다. 가끔씩 한국에서 남편이 와서 머물다 가기도 한다. 아주 열심한 가톨릭 신자로 성당의 성가 지도, 전례 준비 등 잘잘한 일들을 모두 맡아 해주시는 신심이 독실한 분이다.

두부김치, 쇠고기와 돼지고기 불고기, 상추, 겉절이 등이 나왔다. 참이슬, 백주 등도 나왔다. 나중에 전기 철판에 볶음밥을 해서 먹었는데 쌉쌀하고 감칠맛나는 아주 일품 식사였다.

인쇄소 최덕진 전문가와 라멜라우 송 이사님과 주로 얘기하여 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멋진 노래방 시설도 집안에 있어서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는 주로 군대 얘기를 했다. 송 이사는 ROTC 출신이고 금 회장님은 육군 병장 출신이다. 그런데 그 당시 대대장이 현재 이친범 대사님과 육사 동기였다. 대대장은 육사를 2등으로 졸업했지만 부하들이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아 영창에 많이 보냈었다. 이런 일들로 인하여 대대장은 전역을 하게 되었고 안철수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그 곳에서 고위직에 올라 운명이 뒤바뀌었다고 한다. 술은 조금 마셨다. 소주, 포도주, 조니워커 등이 나왔다. 그러나 벌써 술에 약한 나는 머리가 아프다.

도미니꼬 여학생들을 위한 교복

오늘은 7시 현지인 미사에 참례했다. 왜냐하면 10시 반에 도미니꼬 고아원 학생들에게 옷 선물을 하러 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9시 영어미사에서 성가를 하고 10시쯤에 끝나서 돌아오니까 10시 반에 만나기로 수녀님과 약속한 것이다.

미사 후 집에 와서 조금 쉬고 9시 40분쯤에 집을 나섰다. 어제 가게에 가서 노끈을 사다가 박스를 십자형으로 묶어 두었기 때문에 들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가면서 계단 끝에 있는 간이 철문을 닫는데 손끝이 따끔하다. 살펴보니 철문 용접 부분이 엄지 끝에 걸려서 약간의 상처가 났고 피가 흐른다. 걸쇠 부분이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아서 손에 걸리면서 찰과상이 생긴 것이다.

도미니꼬 성당까지는 2Km 정도다. 20여 Kg의 무거운 상자를 두 손에 교대로 들면서 쉬엄쉬엄 갔다.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가기에는 애매한 거리기 때문이다. 고아원에 가보니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 대회의실 문을 열고 가서 책상을 정돈하고 옷들을 꺼내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사이즈 별로 진열했다. 밤색 스커트와 예쁜 흰색 블라우스다. 거의 다 진열하니 아이들이 성당에 갔다 오면서 들어선다. 아이들에게 자기에게 알맞은 사이즈를 고르게 하고 야고버 신부님께 전화했다. 와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남기자고.

도미니꼬 시설 여학생들에게 교복 전달.
도미니꼬 시설 여학생들에게 교복 전달.

사실 이 옷들은 제주도에서 학생복 전문점을 경영하고 있는 광양성당 황남서 요한 형제님이 보낸 것이다. 옷값만 150만원 정도라고 하고 택배비가 2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지난번 휴가 갔을 때도 스커트 40여벌을 주어서 이곳에 기증했었다.

아이들은 감사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신부님이 도착하자 성당 밖으로 나가서 함께 촬영했다. 황남서 형제님께 잘 전달했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신부님은 촬영이 끝나자 2, 3분 거리에 있는 도미니꼬 수도원으로 함께 가자고 한다. 빙땅 맥주를 내 놓는다. 한 캔씩 마시며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요즘하고 있는 새 영세 대상자 교리, 또 신부님이 새로 짓고 있는 도미니꼬 수도원 이야기, 이곳에서 수련 중인 예비 수도자들 이야기, 성당의 주임 신부님 교체 인사 등이다.

마당에는 원래 아주 큰 나무인데 거의 다 정지해 버린 모링가 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나에겐 세네갈에서 아주 익숙한 나무였다. 잎을 따서 말렸다가 차로 마시기도 하고 음식에 넣어 먹기도 했던 나무다. 소위 만병 통치약으로 알려졌있다. 그 나무가 여기에 서있다. 신부님도 요리할 때 가끔 넣어서 먹는다고 한다. 또 길 건너 쪽 인가에 Ayata(Grabiola) 나무처럼 보이는 나무가 두 그루 서 있었다. 신부님께 확인해 보니 맞다고 한다. 잎을 대여섯 장 따서 가져왔다. 우리 집 마당에 비슷한 것이 있는데 같은 것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이다. Ayata(Grabiola)가 이곳에서는 소위 만병통치약이고 요즘 한국에서도 온실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하여 많이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냥 길가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나무다. 냄새를 맡아 보니 순하고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주로 차로 마신다고 하니 앞으로 많이 활용해 보아야 하겠다.

(2018년 6월 1일, 6월 2일, 6월 10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