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42) 김신환 감독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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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42) 김신환 감독의 초대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6.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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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환 감독의 초대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어제는 이영대 자문관 댁에서 저녁을 했다. 처음에 김신환 유소년 축구 감독이 초대를 한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상한 초대가 되었다. 김 감독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고 들었다. 이 자문관과 6시 30분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5시 50분경에 집으로 픽업하러 왔다. 나는 김 감독 집으로 가는 가 했는데 이 자문관 집으로 간다. 김 감독이 돼지 족발을 삶아가지고 이 선생님 댁으로 오기로 했다고 한다.

이 자문관 댁에서 사과를 먹고 있는데 김 감독이 도착했다. 삼겹살을 수육으로 만들어 가지고 왔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서 1시간

국제봉사단원들과 환경정화 활동을 하면서
국제봉사단원들과 환경정화 활동을 하면서

정도 기름을 빼고 삶았다고 한다. 아주 맛있다. 쫄깃 담백하면서도 기름기가 살짝 배어 있다. 초장, 상추와 새우젓도 함께 갖고 왔다. 자문관 사모님은 아보카도 등이 섞인 샐러드와 잡채, 겉절이, 용과 등 많은 음식을 준비했다. 맥주도 한 잔 곁들여 마음껏 먹고 마셨다.

김 감독은 평생소원인 넓은 땅에 저택을 짓고 사는 꿈을 서서히 실현하고 있어 보였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 Herra에 가로 세로 30m, 50m의 땅 즉 500평정도 되는 땅을 2만 달러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여기에 집도 짓고 나무도 심고 게스트 하우스도 지어서 평생 살겠다고 한다. 그래서 현 정부의 실세인 Xanana 전직 대통령에게도 주택 신축과 시민권 신청을 부탁했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사모님과도 1년 만에 통화하여 현재의 상황을 잘 설명했고, 이 사업 때문에 1년간은 한국으로의 생활비 송금이 어렵다는 사정도 얘기했다고 덧붙인다.

희망과 기대에 가득 찬 김신환 감독의 노년의 꿈이 모두 실현되어 행복한 황혼을 잘 보내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정성 깃든 음식과 정겨운 얘기를 하다 보니 벌써 9시다. 오는 길은 김 감독이 집까지 차로 바래다주었다. 고마운 저녁이다.

교육부에서 잠자고 있는 내 공문

오늘은 교육부에 다녀왔다. 6월 7일 코이카를 통해서 교육부에 나의 프로젝트 ‘베코라기술고등학교 발전 추진 계획’의 발간 협조를 공문으로 보냈다. 약 400쪽의 연구 실행 보고서다. 그런데 그제 교감이 교육부에 가보니 그 공문이 그냥 잠자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비서실에서 하는 얘기가 금주에 새 정부가 들어서서 교육부 장관이 교체되므로 장관 결재가 지금 안 되면 다음 장관이 부임한 후에야 결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냥 빨리 결재해서 승인하면 될 것을 벌써 공문을 보낸 지가 2주가 지났는데 아무런 행정 절차가 안 이루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해맑은 베코라기술고 학생들과
해맑은 베코라기술고 학생들과

나는 어제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 건이 승인되어야 책을 발간하여 세미나도 열고, 여러 관계 기관에 배부도 하여 나의 한 해 동안의 사업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데 이 것이 틀어지면 모든 게 허사가 되고 만다.

코이카 강 과장에게도 연락해서 공문을 빨리 처리해 주도록 현지 직원을 통해 전달해 주도록 부탁했었다. 전에 다른 단원이 비슷한 내용을 부탁했었는데 소통이 잘 안되어 거의 1년이 되어가도 진척이 없었다고 한다.

동티모르에는 인쇄소다운 인쇄소는 딱 두 군데 있다. 경제기획원 인쇄소와 교육부 인쇄소다. 교육부 인쇄소는 한국 코이카에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으로 완성하여 기증한 것이다. 그런데 코이카에서 발간할 인쇄물이 생기면 교육부에 공문을 띄우고 교육부 장관이 승인하면, 승인된 내용을 다시 인쇄소로 보내게 된다. 인쇄소에서는 용지, 잉크 등을 요청하고 이 재료가 납품되면 인쇄에 들어간다. 이 곳에서 인쇄를 담당하는 최고 기술자가 최덕진 기술 고문인데 그는 교육부 소속 계약직이다. 그가 있어서 여러 가지로 편리한 상황이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니 자기 재량으로 어떤 일을 할 처지는 아니다. 내 원고는 2주전에 그에게 보내서 최 선생님이 일일이 교정도 보고 편집도 해서 바로 인쇄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업무 협의중인 봉사단원들
업무 협의중인 봉사단원들

택시로 3달러를 주고 교육부로 갔다. 그런데 비서실은 온통 이사 준비로 엉망이었다. 모든 것을 해체하고 짐을 싸고 쓰레기가 뒤범벅이었다. 장관이 바뀌면 차관이하 주요한 직책은 거의 바뀌기 때문에 서로가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앉아 있는 사람은 없고 모두 짐을 챙기고 있었다.

담당자는 어제 가까스로 결재를 받았고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천만다행이었다. 공문 복사본을 한 장 얻고 다시 택시로 3달러를 주고 돌아왔다. 앞으로 또 다른 절차가 있겠지만 잘 될 것 같다.

저녁 때 잭 프루트와 비슷한 이상한 과일을 먹어 보았다. 맛은 아주 심심했다. 또 줄 없는 수박 모양의 과일도 사다놨었는데 잘라보니 박과 비슷했다. 국으로 끓여 먹어 보았다. 별 맛이 없다. 그런데 진물이 많이 생겨서 손에 묻은 것을 씻기가 몹시 어렵다. 서너 차례 씻어야 겨우 벗겨졌다. 그런대로 먹을 만 한데 조리법을 잘 모르겠다.

인내를 시험하는 ‘죄와 벌’을 덮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었다. 2권으로 되어 있고 총 1000페이지가 넘는다.

그의 소설들은 독서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인내’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전에도 이 소설을 몇 차례 완독 시도를 했으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기억은 없다. 이번에도 여러 차례 중도 포기를 생각했으나 거의 두 달에 걸쳐서 마지막 장을 읽게 되었다. 사설조의 흐름, 독백 잔치, 끝없는 횡설수설 등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다 보니 독서 지속의 어려움을 누구나 겪게 되는 책이다.

벽화 총지휘자 경은지 선생님
벽화 총지휘자 경은지 선생님

그는 1821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1881년 60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애는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로 가득 차 있는데 네 가지만 꼽아 보자.

첫째 가난과 돈이다. 밑천이라고는 자신의 머리밖에 없는 ‘지식인 프롤레타리아’ 즉, 천민 계급 출신으로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의 속성으로서의 ‘가난’이었다.

둘째는 8년에 걸친 유형 생활이다. 사회주의적 성향의 ‘페트라세프스키 모임(금요일 집회)’에 출입하다 스물여덟에 사형선고를 받았다.

셋째 간질병이다.

넷째는 도박에 대한 열정으로 도박은 그에게 돈 자체 보다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시험과 도전이었다. 이러한 그의 사적 체험과 관념, 가치와 인생관이 이 소설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1860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초 페테르부르크에서 저녁 7시가 지난 시각 라스콜니코프라는 청년이 도끼로 전당포 노파와 이복 여동생 리자베타 마저 죽인다. 그는 대학에 다녔으나 경제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하숙비가 밀리고 끼니조차 때우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범죄 소설과는 달리 다소 생경한 범행 동기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결국 관처럼 비좁고 갑갑한 지하 하숙방에 스스로를 감금하고 자기만의 몽상에 탐닉하다가 기어코 지상의 거리로 나온다. 지상에서 ‘2일’을 감행하고 이를 통해 선악의 피안을 넘어선 한 청춘이 겪는 ‘환멸과 좌절의 기록’이다.

도무지 왜 죽었는가는 물론 죽여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작가가 가장 경계하는 한계다. 그러나 ‘살인은 죄스러운 것이다’ 라는 전제하에 ‘죄와 벌’을 둘러싼 일련의 정황을 살펴봐야 한다. 그는 이 노파를 ‘사회악’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전혀 자신의 범죄를 뉘우치지 않는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시종일관 판단 착오로 인한 주제넘게 ‘넘어섬’의 권리를 행사했던 것이다.

진입로 벽화작업
진입로 벽화작업

소냐 마르켈라도비에 관한한 그는 그녀를 직접 만나기 전부터 막연한 끌림을 느낀다. 그녀에게 자신의 범죄를 처음으로 고백한다. 두 사람의 부르조아에 맞서는 태도는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로 서로 달랐지만, 둘 다 자신의 상황을 ‘넘어섬’으로써 죄의 의식과 체험이 절망적인 두 청춘을 묶어준다.

소냐의 자기희생적인 삶과 광신에 가까운 신심이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적 갈등을 종결시키고 행복과 안정의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일상을 통해서 비록 극단적인 살인의 죄를 범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사적 경험에 비추어 많은 시행착오를 범한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하찮게 생각하며 일상을 보낸다. 사실 아주 사소한 사건들에 대해서 잘 잘못을 판단하고 사유하고 반성하고 행동하려 한다면 삶이 너무도 조직적이고 분석적이고 법리적이고 건조할 것이다. 우리는 대충 이해하고 관용하고 ‘넘어섬’으로서 삶은 자연스럽고 풍요하고 조화롭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완성된 벽화
완성된 벽화

혼자 살 수 없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소냐 같은 미래의 끌림을 항상 마음에 두고 살아간다. 어느 순간 실제로 소냐를 만나게 되면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갈등을 넘어서 서로 타협함으로써 행복과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어떤 창조적인 삶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는지!

봉사단원들을 집으로 초대하다

몇몇 단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전에 조희영 선생님께 억지로 나를 초대하게 하여 차 한 잔을 얻어 마셨고 이무현 선생님의 초대를 받아서 커피를 얻어 마신적도 있었기에 그 대답으로 초대한 것이다.

사실 우리 봉사단원들이 이사한 집에서 잘 적응하여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애로 사항을 상부에 전달하거나 또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 한국 어르신의 일반적인 예의이기 때문에 집 방문을 했었다. 조희영 선생님 댁은 레시데르 호텔인데 거실과 침실이 있고 잘 지내고 있었다. 모기가 항상 설치니 하루 종일 모기장을 쳐서 지내고 있고 바퀴벌레, 모기, 개미 등이 수시로 떼지어 돌아다니니 항상 조심히 살고 있었다. 이무현 선생님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레지던스에서 잘 지내고 있다. 물론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밤늦게 귀가할 때는 좀 걱정이 되기도 해 보였다.

이무현 선생님과 장성식당에서
이무현 선생님과 장성식당에서

식사는 식당에서 하고 집에서는 차를 마시기로 했다. 4시 30분에 끄마넥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조희영, 이주영, 이무현, 박형규 선생님이 참석했다. 나는 평소에 좋아하는 볶음밥을 나머지 분들은 샐러드, 돼지고기 볶음, 오리구이 덮밥, 면잡채 등을 시켰다.

모두가 즐겁게 행복하게 먹었다. 식후에 모두 우리 집으로 향했다. 이무현 선생님은 과일 살 일이 있다며 중간에서 빠졌다. 모두가 우리 집은 처음이다. 나는 차 모임을 위해 어제 최상급 파파야를 3달러에 구입했고 1회용 포크와 과자 등을 구입해 두었다. 물새는 싱크대도 내 손으로 고치고 하천으로 가서 들꽃도 꺾어다 화병에 꽂았다. 차는 구기자를 준비했다. 약간 단 맛이 있고 구수한 차다. 빨간색으로 모두가 좋아한다. 차 이름을 물었더니 조희영 선생님이 알아맞힌다.

구기자는 건강에 좋은 열매다. 값이 워낙 비싸다. 한 봉지에 20달러다. 중국 수입품인데 거의 다 마셨다. 파파야는 노랗게 워낙 잘 익은 것이어서 모두가 실컷 맛있게 먹었다. 부담 없는 주제들로 마음을 펼치다 보니 벌써 9시가 되었다. 계단을 내려서는데 강아지 땡칠이가 요란히 짖는다. 내가 이주영 선생 앞에 서서 인도하니 “선생님 같이 가면 안돼요?”하고 농담을 건넨다. 오늘 즐거웠고 우리 모든 단원들이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다 귀국했으면 좋겠다.

(2018년 6월 17일, 6월 21일, 6월 23일, 6월 28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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