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51) 오키나와전 위령의 날, 어린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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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51) 오키나와전 위령의 날, 어린이 시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6.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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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오키나와전 위령의 날, 어린이 시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미군이1945년 3월 26일과 4월 1일 오키나와에 상륙하여 일본군과 전투가 벌어졌다. 동년 6월 23일 오키나와 방어를 담당했던 일본군 사령관의 자결로 조직적인 전투가 종결되었다고 한다. 미군과 일본군, 민간인 합계 약 20만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오키나와현 일반 현민이 약 9만 4000명이 사망했다.

오키나와현과 현의회 주최로 해마다 6월 23일, <오키나와전 전몰자 추도식: 沖縄縣全戰沒者追悼式>이 이토만시 마부니의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다. 기념식에는 오키나와현 내 초등학교 어린이로부터 고교생까지 추도시를 모집하여 선정된 시 한편을 본인이 직접 낭송한다.

올해는 911편의 응모 작품 중에, 오키나와시립 야마우치초등학교 2학년, 도쿠모도 호노나(7) 어린이가 쓴 시, <무서움을 알고, 평화를 알았다>가 선정되어 기념식에서 도쿠모도 어린이 본인이 직접 낭송했다. 시 내용이 좋아서 필자가 번역한 전문을 소개한다.

 

무서움을 알고, 평화를 알았다

 

미술관에 외출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같이

모두 가니

기쁘다

 

무섭고 슬픈 그림이었다

많은 사람이 죽었었다

어린 아기들과, 어머니

 

풍차나 나비 그림도 있었지만

무척 슬픈 그림이었다

 

엄마가 77년 전의 오키나와 그림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있었던 일이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해골도 있었다

나와 같은 나이의 어린이가

슬프게 보고 있다

 

무서워요

슬퍼요

가엾어요

전쟁의 반대는 무엇?

평화?

평화는 무엇?

 

갑자기 무서워져서

엄마 곁에 바싹 달라붙었다

따뜻해서 마음 놓였다

이것이 평화일까

 

언니와 싸움했다

엄마는 두 사람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사이가 좋아졌다

이것이 평화일까

 

전쟁이 무서우니까

평화를 붙잡고 싶다

언제나 호주머니에 넣어서 간직하겠다

절대 떨어뜨리지 않도록

잃어버리지 않도록

잊어버리지 않도록

무서움을 알고, 평화를 알았다

이상이 전문이다. 누구나 곧 가슴에 와 닿는 알기 쉽고 평화의 의미를 잘 나타냈다.

4월 3일, 해마다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추념식에서도 시 낭송이 있다. 이 낭송에는 기성 시인이 쓴 시를 본인이 아니고 다른 참석자가 낭송하고 있다. 4・3에 관련된 좋은 시들이 낭송되고 있지만 그장소에서 처음듣고 바로 이해할수 없는 시도 가끔 있다. 재 음미하면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이지만 추념식장에서의 동시성과는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4・3추념식 때도 제주도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작품을 모집하여 선정된 작품을 본인이 직접 낭송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서 어린이로부터 10대 학생들의 평화에 대한 호소력은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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