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자 시인, 시조집 『반공일엔 물질 간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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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시인, 시조집 『반공일엔 물질 간다』 펴내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2.07.05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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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림화씨 "제주 여자의 일생을 아로새긴 생명의 노래"라 평가
조영자 시인
조영자 시인

조영자 시인이 시조집 『반공일엔 물질 간다』를 냈다.

조 시인은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중·고과정 시절 잠시 해녀 물질을 했다고 한다. 열린시학 신인상 공모에 당선돼 등단했고, 제6회 시조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매일 삼양바다를 창유리에 가둬놓고 살면서도 왜 내 입술엔 숨비소리 우러날까.”조영자 시인이 시조집 『반공일엔 물질 간다』를 내며 쓴 ‘시인의 말’에 쓴 글이다. 

결단코 심상치 않은 표현이다.

숨비소리 그 자체가 그런 것이다. 수 십 길 물아래서 물질하면서 숨이 넘어갈 때까지 참았다 물 밖으로 올라와 긴 숨을 내쉬며 저절로 내지르는 소리가 숨비소리다. 고통의 소리임에 분명하다.

『반공일엔 물질 간다』
『반공일엔 물질 간다』

시인은 시집 제목대로 이 시조집 전편에 걸쳐 평탄치 않았던 작가의 일생사를 진솔하게 펼치고 있다.

어쩌면 자신이 겪었던 마음앓이까지 짧은 시어들로 승화해낸 서사적 일생기라 하고 싶다.

머릿시 ‘미나리’에 ‘열 살짜리 조막손이/캐어온 이른 봄을/오일장/어느 귀퉁이/쌀 한 되와 맞바꾼다’라고 그리고 있다.

그 시절 제주도 사람 대부분이 넉넉한 삶은 아니었겠지만 보리쌀인지, 흰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쌀 한 되’가 이토록 소중했었다.

‘반공일엔 물질 간다’에서 ‘육지 날씬 상관 마라/ 바당만 맑으면 된다’고 한다. 예전엔 토요일은 오전 수업만 했었다. 점심은 당연히 집에서 처리하고. 학교에서 집에 오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절만 크게 일지 않으면 물질을 갔다고 그린다. 심지어 점심도 거른 채 물질간다고 그린다. 물질가지 않으면 안될 그만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

 

‘반공일엔 물질 간다’

 

토요일은 반공일

안경 대신 수경쓰는 날

칠·팔순 이미 넘긴 테왁 무리에 나도 섞여

단단한 납덩이 시간 파도에 묶어본다

 

육지날씬 상관말

바당만 맑으면 된다

내 동생 학비마저 내어주는 바다 한 켠

점심을 거른 낮달이 숨비소리 토한다.

 

눈 들면 고향 바다

해군기지 깃발들

새별코지 끝자락에 테왁들 어디갔나

일강정 구럼비 바위, 그 바위는 어디갔나

 

까르르르 까르르르

봄 바다 저 윤슬아

하얀 교복 하얀 칼라 그리고 하얀 물소중이

중년의 아주망 되어 서성이는 붉은발말똥게

 

여기서 작가의  ‘불침번 찔레꽃’ 전편을 본다

 

'불침번 찔레꽃'

 

오월 들녘 난바다 배 대신 오름이 떴네

반달이 끄는 대로 끌려가던 LST함정

강원도 어느 골짜기 찔레꽃 피웠네

 

군모에 작대기 하나 갓 스물 내 아버지

첫사랑 숨비소리 테왁에 띄워놓고

한쪽 눈 어디 바쳤나, 불침번을 섰었네

 

남은 건 참전 용사증, 비석에도 못 올린 거

소주병에 피워내신 가시 돋친 한 세상

그 봉분 산담도 없이 뻐꾹소리 들이네

 

시인의 아버지가 6.25참전 용사였고 강원도 어느 전장에서 한 쪽 눈을 잃었다고 그렸다.

 

『반공일엔 물질 간다』 시집은 제1부 강정, 집어등이 돌아왔다, 제2부 화해하는 이 봄날, 제3부 등골 빠진 행원바다, 제4부 후려쳐라, 천둥아, 제5부 동백꽃 부케 등 5개로 나눠 56편의 시를 실었다.

작가 한림화씨는 작품 해설에서 “『반공일엔 물질 간다』 는 한 사람의 제주해녀 목숨값으로 산 제주 섬 현대사에다 한 땀 한 땀 수놓아 ‘제주여자의 일생을 아로새긴 생명의 노래’라며 시(詩)들은 자신을 낳은 시인의 생에 대하여 다 그만한 사연으로 노래하고 있노라고 대변하는 듯하다”고 묘사했다. 한 소녀가 어른 여자로 변모할 때까지 제주해녀의 신분으로 순간을 영겁인양 수긍하고 바닷속을 누빈 사연을 '테왁장단'에 맞춰 흔쾌하게 부르는 그런 노래 말이다.

'시와 소금' 시인선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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