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6)바오밥 나무, 그 성(聖)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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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6)바오밥 나무, 그 성(聖)스러움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11.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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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바오밥 나무, 그 성(聖)스러움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저 곳에서 차 좀 세우면 안 될까요?”

“왜 그러세요?”

“저 바오밥(baobab) 나무와 함께 사진 한 장 남기려고요.”

차에서 내려 들판에 서 있는 수많은 바오밥을 몇 장 남겼다. 나는 요즘 바오밥 나무에 매료되어 있다. 이곳에 와서 생땍쥐베리(Saint-Exupery)의 ‘어린왕자’를 다시 읽고 성인 동화의 뒷맛을 되새긴 이후다. 사막 위에 우뚝 솟은 바오밥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수명이 5000년에 달하는 바오밥나무
수명이 5000년에 달하는 바오밥나무

그래서 얼마 전 바오밥 화분을 사왔다. 화분인데도 뿌리와 줄기 부분이 엄청나게 크다. 처음에 한 송이 피었던 연분홍 꽃이 이제 두 개로 불어났다. 세 번째 봉우리가 두툼해졌다. 진달래 크기의 꽃은 아름답고 순결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오밥을 자주 볼 수 있으니 행복하다.

잼과 주스를 만드는 바오밥 열매
잼과 주스를 만드는 바오밥 열매

바오밥은 아프리카 건조지대와 케냐, 세네갈 등 열대 아프리카에서도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식물로, 수명이 5000년에 달하는 것도 있다. 평균 높이 20m, 줄기 둘레 10m의 크기이다. 특히 석양과 어둠을 등 뒤로 열병식으로 도열해 있는 모습은 사막을 지키는 성스러운 신들을 연상시킨다.

바오밥은 마치 나무가 물구나무서기를 한 것처럼 몸뚱이 부분이 과장되게 두껍고 가지와 잎들은 상대적으로 연약 빈곤하다. 신이 자꾸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교만함에 화가 나서 나무를 전부 거꾸로 땅 속에 처박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비교적 급수가 잘 되고 있는 곳의 바오밥은 일반 나무와 다르기 않고 무성한 줄기와 잎을 뽐낸다. 또 그 열매는 어른 주먹만하고 너무 무거워서 아래로 축 쳐져 있다. 제주도의 ‘하늘애기’ 열매를 연상시킨다. 바오밥 잼과 주스는 이 곳 사람들이 즐겨 먹고 마신다. 텁텁하지만 달콤하다.

옛날에는 바오밥에 문을 내어 마을 유지가 사망하면 그 속에 안장했다. 부인이 죽으면 합장하고 귀한 부장품들을 함께 넣었다. 세월이 흘러 바오밥이 쓰러지면 그 주변에서 귀한 부장 유물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왕자에게 바오밥은 환영받지 못하는 나무였다. 바오밥은 늦게 손을 대면 영영 없애 버릴 수가 없게 된다.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는 것이다. 별이 너무 작은데 바오밥이 너무 많으면 별이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시인의 눈으로 모험과 위험을 바라본 생떽쥐베리는 목숨을 내건 위험한 모험이야말로 인간의 소명을 가장 숭고하게 실현하는 것이라고 찬양했다.

여우에게 어린 왕자는 되돌아왔고, 한 가지 비밀을 선물로 받았다.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볼 수 있다는 것.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어린 왕자는 이 비밀을 잊지 않으려고 되뇌며, 다시 길을 떠났다.

우리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참과 진실은 눈에 쉽게 띠지 않는 것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편견을 지우고,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도록 하자.

                                             탈리베에게 희망을!

탈리베센터에서 현장 봉사교육을 하면서
탈리베센터에서 현장 봉사교육을 하면서

“안녕하세요? 너무 미인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코이카 봉사단원들과 함께 탈리베(Talibés) 센터를 방문했다. 우리를 마중 나온 그곳 선생님은 큰 키, 금발머리의 예쁜 선생님이었다. 이렇게 누추한 시설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예기를 나눠보니, 그녀는 미국 미네소타 출신의 20대 아가씨로 벌써 2년째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 어머니도 방문 중이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눠보니 남편이 한국전 참전 용사였다고 한다. 인연은 기이하다.

세네갈은 이슬람교가 95%에 달하는 무슬림 국가이며, 이곳에는 ‘탈리베’(Talibes)로 불리는 10만여 명의 4~12세 소년들이 이슬람 기숙학교인 다라에서 함께 생활한다. 탈리베(Talibé)는 학생을 뜻하는 아랍어 'Talib'에서 유래됐거나, 세네갈 부족어인 월로프어(Wolof)어로 '제자'를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의 부모들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배우게 하기 위해 아이들을 무슬림 기숙학교에 입학시키는 일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일반적인 전통이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수만 명의 ‘탈리베’ 소년들은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구걸하는데 보내고 있으며, 구걸로 구해야 하는 돈이나 쌀, 또는 설탕의 할당량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교사로부터 구타를 당하기도 한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는 네 개 팀으로 나누어 활동을 시작했다. 상처치료, 페이스 페인팅, 풍선 만들기, 간식 만들기 등이었다. 탈리베 센터에는 25명 정도의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10여 평의 작은 시설에 농구대가 딸린 10여 평의 모래 운동장이 전부였다. 나는 풍선 만들기와 상처치료를 돕기로 했다. 풍선은 자격증을 갖고 있는 최 선생이 맡았고, 상처치료는 쥬르벨에서 오신 이 선생님이 담당했다. 또 페이스페인팅은 김 선생님이, 까올락에서 온 요리사 이 선생님은 음식 담당이다.

플라스틱통을 들고 구걸하고 있는 탈리베 아이들
플라스틱통을 들고 구걸하고 있는 탈리베 아이들

세네갈 시내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이한 모습 중의 하나는, 작은 통을 들고 당당한 표정으로 구걸하는 남자 아이들을 쉽게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거리에서 탈리베들을 만난다. 모두 요즘은 작은 플라스틱 그릇을 들고 다니면서 돈을 구걸한다. 나도 가끔 작은 기부를 해 보지만 너무 아이들이 많아서 감당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한두 아이에게 돈을 주면 어느새 수많은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어 손을 벌린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아이들에게는 매일 벌어야 하는 할당량이 있고, 이를 못 채우면 엄한 책임을 떠안게 된다고 한다. 이들은 거리의 아이들을 포함하여 생활 여건이 좋지 않은 아이들로, 요즘에는 기니, 기니비사우, 감비아 등 주변 국가의 이민 아이들도 많이 포함되고 있다고 한다. 집에는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많고 다 양육할 수 없기 때문에 탈리베 집단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탈리베를 관리 교육하는 계층은 마라부(marabout)라고 한다. 부모의 품을 떠나 마라부(marabout)로 알려진 종교 지도자의 지도 아래 다라(daara, 비정규 전통 코란 학교)에 머물며 코란을 배운다. 저녁 때 시내를 걷다보면 캄캄한 구석에서 코란을 따라 읽는 탈리베 학습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냥 얼기설기 엮은 문도 없는 지붕 아래서 따라 외치고 있어 보였다.

마라부란, 코란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신앙의 수호자이자 영적 안내자다. 사람들마다 추앙하는 마라부는 다르다. 또 이슬람 내에는 다양한 종파가 있다. 이들의 지위는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세네갈 사람들은 귀중품이나 자동차, 거실 등에 자신이 믿는 마라부의 사진과 그림을 걸어둘 정도로 특별한 존재들이다.​ 탈리베는 마라부들에게 코란교육과 이와 병행하여 공동생활의 기초규범, 겸허성 습득, 금욕적 생활, 모든 종류의 인내력 교육을 받도록 맡겨진 소년들이다. 마라부는 그 교육의 대가로 재물이나 수업료 및 가사와 같은 노동력을 제공받게 된다.

한국전 참전 용사를  아버지로 둔 미국 여자 봉사단원과 함께
한국전 참전 용사를 아버지로 둔 미국 여자 봉사단원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딸리베들의 처소에는 물, 전기 및 위생시설이 없는 곳이 많고, 따라서 이들은 모기, 이, 빈대, 바퀴벌레, 쥐들에 쉽게 노출되어 생활하고 있다. 구걸에 용이하도록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많고, 목욕, 세탁 같은 것도 제때에 하기는 무척 어렵다.

오늘 방문한 탈리베 센터는 DA미국국제학교 교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탈리베 아이들의 옷도 세탁해 주고, 샤워 시실도 제공하고, 아침과 점심 식사도 제공한다. 요일별로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한다. 오늘은 영화감상의 날이다.

탈리베 아이들은 가정을 떠나 극한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는 잘 어울리지만 낯선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경계의 대상처럼 보였던 우리들도 차츰 친해져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갖고 있었다. 우리의 치료라고 해도 외용 연고를 발라주고 반창고를 붙여 주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아마도 사회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도 조금은 치료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아이는 전신이 부스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눈망울은 맑게 빛나고 있었고, 조용히 짓는 미소는 세상을 빨아들일 듯싶었다.

탈리베 출신의 훌륭한 교육자나 정치가나 재력가도 많을 것이다. 그들의 헌신과 우리의 관심이 더해지면, 탈리베들도 쉽고 빠르게, 멋지고 아름다운 청년, 유능한 지도자로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바램과 아쉬움이 맴돌았다.<계속>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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