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89) 다카마쓰 사치코씨의 '덜 맵게, 더 맵게' 한국 단독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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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89) 다카마쓰 사치코씨의 '덜 맵게, 더 맵게' 한국 단독 여행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6.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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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다카마쓰 사치코씨의 '덜 맵게, 더 맵게' 한국 단독 여행기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안녕하십니까. 2019년 대구에 갔다 온 이래 코로나로 가지 못해서 3년 이상의 공백이 생겨서 걱정입니다만, 72세가 되어서 언제 어떻게 될는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한 것은 실행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같이 가는 친구는 고령의 어머님이 계셔서 이번에는 저 혼자 갑니다. 4월 16일부터 4월 23일까지 7박 8일입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호텔에 숙박하면서 거기서 생활하는 것처럼 일주일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선 방에 장식할 꽃을 사기 위해 꽃 가게를 가겠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평양냉면을 먹으러 갈 생각입니다. 그 후 일정은 남한산성과 이천 등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마음 내키는 대로 보낼까 합니다."

"한국어는 부끄럽지만 오래 배우고는 있는데 잘 못합니다. 그러나 그런대로 통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돌아오면은 꼭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이러한 메일을 3월 말에 필자에게 보내고 나서 72세의 일본 여성 다카마쓰 사치코(高松 左千子) 씨는 혼자서 7박 8일 예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 여행기를 7매의 편지지에 일본어로 써서 필자에게 보내왔다. 그 전문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한다.

'4월 16일부터 4월 23일까지. 서울 히도리다비(ソウル一人旅: 서울 혼자 여행)' 이번에는 혼자이기 때문에 안전에 배려하고 무리는 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지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다.

4월 16일.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인천공항에 도착. 도오요코호텔까지 직통으로 가는 리무진버스 타고 간단히 호텔 도착. 지하철 강남역에서 도보 5분. 가게들도 많고 즐거운 도정(道程).

4월 17일. 이번 여행의 하나의 목표는 이천에 가는 것이어서 찾아갔다. 4월 16일부터 5월 7일까지 '이천도자기축제'여서 준비는 진행되고 있었지만 월요일이어서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도자기마을은 빠짐없이 산책했다. 두 가게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한 군데 가게는 고급 도자기가 많았고, 가게에 있는 여성은 가게 주인의 누이동생인데 미국에 살고 있지만 축제 때문에 도우기 위해서 귀국했었다.

그 여성과 도자기 이야기로부터 일본에 여행했던 이야기 등을 많이 나누고 식당과 카페 가게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고, 내가 돌아갈 때 콜택시를 부를 줄 모른다니까 다시 가게에 들르면 대신 불러 준다고 해서 그렇게 해주었다. 또 한 군데 가게는 작은 도자기들을 팔고 있어서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했는데 그 자기에 그려진 꽃을 가게 여자 주인이 직접 그린다고 했다.

KBS TV <동네 한바퀴>라는 방송을 보고 보러 왔다고 말했더니 차와 과자를 내주어서 맛있게 들었다. 나도 일본에서 갖고 간 일본 과자를 드렸더니 안에서 작가인 남자 주인도 나오셔서 서툰 한국어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부인이 꽃 그림의 큰 자기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면서 나에게 주신다고 했다. 부인이 만든 것인데 "먼 곳에서 혼자서 와주니까"라면서. 정말로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 뭉클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먼저 들렀던 가게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3,4분 달렸을 때, 여권과 지갑이 든 제일 소중한 가방을 잊고 나온 것을 알았다. 어떻게 운전기사에게 말했는지 갑자기 말한 것을 잊었지만 그가 이해하고 넓은 길을 급하게 유턴할 때, 나는 소중한 가방보다 언제나 드라마에서 보는 자동차의 유턴씬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동됐다.

나의 한국어가 분명히 전해졌다는 것에 대한 기쁨은 물론 가방도 그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지금까지도 친구와 같이 모두 세 번이나 소중한 가방을 놓아두고 잊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한국 훌륭하다!!

4월 18일. 비날씨여서 삼성역의 COEX, 별마당도서관에서 보내고 오후부터 탈북하여 냉면 가게 요리사로 있는 곳을 찾아서 서초에 갔다. 본격적인 냉면이 맛있었다. 다행히 운이 좋으면 가게 주인인 일본인을 만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갖고 갔었는데, 부부가 토쿄에 갔다고 했다.

모처럼 왔으니까 역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멋있는 이름의 '몽마르뜨공원'이 있어서 그곳도 걸어 보았다. 입구에 있는 길에는 대법원, 대검찰청, 경찰서 등이 있어서 웅장한 건물과 깨끗한 거리 등등, 그리고 퇴근 무렵의 모습들은 역시 엘리트들의 모습들이어서 또 다른 한국을 보았다.

4월 19일. 이것 역시 하나의 목적이었다. 경복궁 가까운 곳의 삼계탕 가게 '토속촌'에 10시 개점과 동시에 첫 손님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거기에서 청와대, 삼청동, 북촌, 안국역까지 좋아하는 산책로를 걸었다. '정독도서관'은 공사 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공원에서 여유롭게 보냈다. 약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던 노인의 인상적인 한 마디. '한국에 보이프렌드를 만들어요'

4월 20일. 이번 여행의 메인이다. '남한산성'이었다. 가는 것이 어려워서 도중에 포기했다는 아는 사람의 말도 있었지만 도전했다. 관광안내소가 보이지 않아서 등산객들을 따라 가면서 망설일 때, 딸 정도의 여성 세 사람의 산성 입구까지 버스로 같이 가주었다. 고마워서 아이들을 위해서 만든 과자를 주었다.

도중에 길을 물었던 남성(65세)이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자기가 갖고 있던 지도를 주었다. 다음 성문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을 때 그 사람이 뛰어서 돌아왔다. 내가 설명을 들으면서도 웬지 안심이 안 된다면서 말하고 같이 가자고 했다.(얘기하는 도중에 실례지만 인간관찰,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같이 간다)

같이 가면서 지역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니 자기가 아는 가게를 안내했다. 나에게는 산나물 비빔밥과 파전을 주문해 주었다. 여러 이야기 나누면서 식사를 하고 도와 주셨으니까 내가 지불한다고 했다. '그것은 안 된다. 여기는 한국. 당신은 손님. 나는 주인'이라면서 그분이 지불했다.

나는 이야기 도중에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맛있어서 그 맛에 빠졌다고 했더니 가까운 카페에 데리고 가서 마셨다. 내가 지불하려고 했더니 아까 말처럼 자기는 주인이라고 했다. 훌륭한 말이어서 나도 언젠가 이 말을 인용해서 한국 사람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찼다.

그 남성은 다시 산에 올라가는지 나를 버스 정류소까지 데리고 가서 거기에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역에 가면 내리도록 해주십시오. 일본에서 혼자서 온 사람입니다'라고 부탁하고 갔다. 부끄러움을 타는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그렇게 해주셨다. 나는 그 분에게도 일본 과자를 드렸다.

(나는 언제나 일본에서 여러 날이 지나도 먹을 수 있는 일본 과자, 아이들을 위해 만든 비닐에 포장한 과자를 많이 준비해서 간다. 도움을 준 사람들과 귀여운 아이들과 만나서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갖고 간다. 이 과자들은 좋은 분위기와 추억에 남는 일들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남한산성행을 성공 시킬 수 있었다. 이날은 3간 가량 한국어 회화를 계속했기 때문에 얼마간은 누구와도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남성과 연락처를 교환하여 지금은 가끔 스마폰의 '카톡'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 대기업을 퇴직하고 지금은 꽃을 주로 찍는 취미를 갖고 있어서 꽃 사진을 가끔 보내온다.

4월 21일. 북한산 기슭에 있는 은평 한옥 마을을 찾아갔다. 가까운 구파발역이나 연신내역 이름 등은 별로 들어보지 못해서 흥미로웠다. 여기서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갔다. 한옥 마을 안쪽에는 진관사, 계곡까지 걸었다. 북한산 모습과 모두 잘 어울린다. 여기는 카페뿐이어서 식사를 못 하고 구파발역까지 계속 내려와서 식당의 비빔면의 사진에 끌려서 들어갔다.

거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배운 한국어로 <덜 맵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는데 웬일인지 매운 것이 왔다. <매운 것을 덜 맵게 해서 이것인가?>하고 생각했지만 마음에 걸려서 <덜 맵게 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만...> 하고 물었다. 요리를 만든 여성이 <아, 잘못 들었다...>고 했지만 내가 <잘못 말했습니다>라고 서둘러서 말했다.

<덜 맵게>와 <더 맵게>에 대해서 어디서 어떻게 되었는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그 우스운 이야기로 가게 안은 나를 비롯해서 모두가 폭소가 터졌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자리였다. 그래서 맵겠다고 얼음 든 스프와 물김치, 닭튀김까지 서비스로 주었다.

자기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아주머니가 전부 먹은 나의 그릇을 보고 <다 먹었네!>하고 다시 웃는다. 그 말이 갖고 있는 의미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에게 만족했다. 이러한 만남을 원해서 나는 이 나라(한국)에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4월 22일. 서울의 숲에 나들이해서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좋아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여행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갑,을처럼 우선순위를 붙일 수 없는 최고의 여행이었고, 4월 23일 귀국했다.

다카마쓰 사치코 씨는 친구 한 사람과 오는 6월 11일부터 17일까지 6박 7일 예정으로 목포에 2박해서 광주로 이동하여 지리산 주변을 돌아보고 오겠다고 한다. 홍도도 가고 싶었지만 배멀미가 걱정되어서 포기했다고 한다.

다카마쓰 사치코 씨는 아무리 백 년 세대, 고령화 세대라고 하지만 70대인 할머니 세대이다. 필자도 70대이니까 할아버지이다. 그 단어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물리적(생리적)인 현상은 그렇다.

그러나 필자가 만날 때마다 다카마쓰 사치코 씨에게 그것을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그러면서 한국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카마쓰 씨가 늘 건강하여 한국을 찾아가는 기회가 많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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