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91) 한국의 코미디극 '소금 사재기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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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91) 한국의 코미디극 '소금 사재기 소동'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3.06.23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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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 작가 김길호 선생

무슨 일인가 싶었다. 6월 19일 새벽부터 제주에서도 소금을 사기 위해 280명이 제주시농협 하나로마트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20kg 천일염을 선착순 280명에게 오전 8시부터 판매한다고 하나로마트가 회원들에게 사전 안내문을 보냈기 때문에 사러 온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고객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전에 미리 사두기 위해서 몰려든 회원들이었다. 건강 관리 예비책으로서 감탄할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로서 천일염을 사전에 구입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물론 재일동포들도 마찬가지이다. 오사카에서 이 기사를 읽은 필자는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설령,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해도 제주도는 한국 최남단에 있기 때문에 어느 세월에 그 오염수가 도달할는지 모른다. 또 그 과정에서 많이 희석될 것이다. 이 기사들을 읽고 필자는 합리적인 논리 속에 지극히 정상이라고 느끼기 이전에 솔직히 무엇에 홀린 집단적 행동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혐오스러운 기사였다.

원전 오염수 방류 건에 대한 기사는 당사국인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도 기이한 현상이다. 원전 오염수에 대한 표현 역시 한일 간에 있어서 완전히 다르다. 같은 한자권이지만 일본에서는 모두 원전 처리수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원전 오염수 혹은 원전 폐수라고 한다. 그 의미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한일 양국 사이에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인식의 차이 즉, 찬반의 대립 현상도 완전히 다르다. 일본에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단체는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지역 어업 단체들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관(IAEA)이 6월 중에 보고서 작성을 기다리면서 오염수가 과학적인 면에서 안전하다는 평가를 굳힌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지역 어업단체는 과학적인 안전성 논리 이전에 방출로 인한 지역 수산업의 풍문(일본에서는 風評: 후우효오라고 한다)에 의한 손실이 막대하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5년에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 어업협회와 체결한 <관계자의 이해 없이 어떠한 처분도 행하지 않는다>라는 약속이 있다. 풍문 피해가 불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방류는 약속이 다르다면서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차원을 떠나 과학적인 신빙성이 없다면서 희석되지 않은 방사선 물질이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대를 하고 있는데, 찬반의 대립이 여야당으로 갈라져 있다. 과학적 운운 이전에 완전히 여야의 정쟁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과학적인 안전 신빙성이 없다는 야당 세력의 여론에 의해 소금 사재기 소동이 한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사전에 이러한 준비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과학적인 판단 기준에서 이뤄져야 할 이러한 중대 사안이 야당은 절호의 공격 자료로서, 굴욕외교의 결과라는 유언비어 속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국민들을 현혹 시키고 있다.

원전 피해로 인한 후쿠시마현은 일본 국내만이 아니고 외국에까지 후쿠시마현 지사가 방문하여 엄정한 안전 검사를 마친 농수산물 판매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도 일본 여러 슈퍼에서 후쿠시마 농수산물 특별 코너를 설치하여 판매하고 있다. 필자도 가까운 슈퍼에서 판매할 때 몇 차례 구입한 적이 있다. 앞으로도 그러한 촉진 판매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구입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정쟁 차원에서 이용하지 말고 과학적인 차원에서 논의하여 해결해야 한다. 특히 야당의 무조건 반대 식의 논리는 배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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