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93) 일본 일기예보 속의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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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93) 일본 일기예보 속의 제주도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7.13 1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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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일본 일기예보 속의 제주도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장마 전선이 장기전 속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올해는 더욱 그렇다. 열대지방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일본에서는 '게릴라호우'라는 명칭으로 불리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일본 기상청에서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 냈다. '센죠우고우스이다이(線狀降水帶)'라는 전문 용어이다. 한글로 표기하면 '센죠고스다이'라고 쓸 것이다. 어느 특정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 당신의 생명이 위험합니다. 재빨리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서 곧 이동하십시오. 그것이 여의치 못할 때에는 집안의 2층이나 높은 곳으로 피난하십시오. 당신의 생명은 당신이 지켜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신의 생명이 위험합니다."

한 번만이 아니고 TV의 아나운서가 계속 되풀이해서 시청자들에게 호소한다. 호소라기보다 너무 직설적으로 협박성 발언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 방송으로 지역에 따라서는 쨍쨍한 태양의 열기 속의 날씨이지만 집중 호우로 위험성 있는 지역을 향한 호소이다. 이렇게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날마다 일본 TV 톱뉴스는 계속 일기예보이다. TV 화면은 일본열도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뛰어 넘어서 중국 대륙까지 올라간다. 이때 태평양 망망대해에 잘 여문 콩알처럼 제주도가 외롭게 떠 있다. 그 조그마한 섬이 어디로 떠내려가지 않을까 조바심까지 든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제주도를 마치 어린이처럼 의인화시켜서 죄송하다. 다만 일기예보 지도상으로 보는 제주도는 그렇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약 4년간, 고향 제주도를 가지 못했다. 이렇게 제주도를 볼 때마다 그리움이 앞서는데 그리움의 대상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는 다르겠지만 자연과 사람과 음식일 것이다. 그 속에서 나뭇가지처럼 자라고 퍼지는 여러 만남이 있다.

그 만남의 여운이 자신의 내면에 축적되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승화된다. 승화시켜 뇌리와 마음속에 화석처럼 새겨진 것이 일상의 흐름 속에, 잔잔한 시냇물처럼 언제나 흐르거나 아니면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것이 그리움의 대상인 것이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더한 것은 자연, 사람, 음식의 삼 요소가 삼위일체처럼 동시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부모, 특히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나 자신의 본적지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인들 중에서도 특히 재일동포들에게는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모의 고향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고향이고 본적지는 일반적으로 조상의 고향을 기준으로 문서화 한 것이다.

"고향이란 유년 시절 스스로가 몇 년간 보냈던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는 첫 기억이 새겨진 곳이다. 즉, 유년 시절의 지울 수 없는 첫 기억이다"

이것은 필자가 고향에 대한 개념을 개인적 사고(思考)에서 내린 정의로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재일동포들에게는 가령 이쿠노에서 태어났다면, "부모 고향과 본적지는 제주도지만 나의 고향은 이쿠노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 어떤 2·3세 동포들은 차별받았던 이쿠노가 아니면 일본이 고향이라는 것은 싫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의 개념이다. 고향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아름답고, 즐겁고, 그리움의 대상이라는 동경과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감성적인 면에서의 고향론이다. 이것을 우리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의 고향'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미디어가 해외동포들의 기사를 쓸 때에는 이것을 명확히 구분 안할 때가 많다. 부모의 고향이나 본적지가 한국일 경우에 그대로 그것을 이어받아서 쓰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생활하고 있는 외국 그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동포 2·3세들에게도 출신지나 고향을 부모 고향과 출신지와 마찬가지로 표기한다. 이럴 경우 많은 것을 헷갈리게 한다.

언제나 이것은 아니다라고 쓰고 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오늘도 일본열도는 폭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기예보가 지금 아침 톱뉴스로 방영되고 있다. 그 일기예보 지도 속의 제주도가 어디론가 떠내려갈까 걱정이 돼서 청개구리 울음처럼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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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im 2023-07-14 09:18:17
고향에대한관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