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9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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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9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8.0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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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마주 잡아 탑 모양을 만들고 찍은 사진, 프랑스 국회 상원이 있는 뤽상부르궁전에서의 사진, 프랑스 요리의 사진 등 정장을 하고 찍은 여성들의 사진은 부러움의 선망이었다. 그러나 그 부러운 몇 장의 사진들이 35도를 훌쩍 넘어서 40도를 육박하는 일본열도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일본 여당 자민당 여성국에서는 5년에 한 번 정도 해외 연수를 가는데, 5년 전에는 베트남, 10년 전에는 미국이었다. 올해는 프랑스를 선택해서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정책을 듣고 시찰을 위한 연수인데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3박 5일(1박은 기내)의 일정으로 38명이 참석했다.

국회 참의원 의원 4명, 지방의원과 여성국 담당자들이었다. 예정대로 프랑스 여성 의원들과 저출산에 대한 정책의 의견 교환, 보육원 등을 돌아보면서 우호 관계를 돈독히 했다. 그리고 남은 여가 시간에 찍은 위의 사진들을 마쓰카와 루이, 이마이 에리코 의원은 자신들의 SNS에 게재했다.

그녀들이 일반인들이라면 순간적인 부러움 속에 잊혀질 사진이지만, 일본 여당의 공식적인 연수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연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부유층의 관광 사진이나 다름없었다. 38명이 떼를 지어 가서 찍은 사진의 상징처럼 각인된 이 사진에 대한 비난은 일본열도에 급속도로 퍼졌다.

날마다 오르는 물가고와 폭우로 인한 피해 지역의 속출, 폭염의 만신창이 일상에 지쳐버린 국민들은, 공비로 간 연수 결과가 고작 에펠탑과 궁전의 사진과 고급 프랑스 요리가 전부였나 비난이 쏟아졌다. 공비 사용은 없었으며, 자민당이 지출한 비용과 자기 부담이라는 의원의 반론은 기름을 부은 결과가 되어 더욱 거세졌다.

의원 급료 자체가 공비인 세금이 아니냐면서, 그들의 궁색한 변명에 심한 혐오감과 상실감에 빠졌다. 일반 국민만이 아니고 여야를 떠나 정치가들도 그녀들을 향한 비난에 합세했다. 결국 그녀들은 오해를 초래했고 경솔했던 자신들에 대해서 깊은 반성을 한다면서 위세 당당한 그 사진들을 삭제했다. 일본 국민이 허탈감을 느낀 것은 이러한 곳에서 노출된 그녀들의 사려 깊지 못한 정치 수준의 가벼움이었다.

파리 에펠탑앞에서의 영상을 SNS에 올린 일본 마쓰가와루이 의원일행.

일본열도에서만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한반도에서는 더욱 황당하고 기가 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천만 노인을 대표해서 볼때기라도 때려야 노인들의 분이 풀릴 것 같다.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에 사과를 위해 찾아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앞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일어서면서 미리 준비한 김 위원장의 사진을 왼손으로 들고 격한 어조로 말했다.

"정신 채리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절대로 없기를 바랍니다. 정신 채려! 정신 채려! 진정성을 갖고 사과하고!" 김 회장은 한 대가 아니고 네 차례나 때렸다. 누구 한 사람 항변이나 어!하는 놀라움도 없는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일어난 그 충격적인 동화는 한반도를 휩쓸었다. 설마라는 단어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일본에서 본 동포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거대 야당의 삐걱거리는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하여 김은경 씨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로서 혁신위원장이다. 비록 사진이라고는 하나 공개 석상에서 맞는 장면의 수모는 여당과 일반적 상식에서 비난하는 세력의 통쾌함을 충족시키는 차원을 넘어 참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절대다수의 국민 정서였다.

7월 30일 청년좌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1대 1 표결을 해야 하는가." 자신의 둘째 아들이 중학교 때 질문했던 10여 년 전의 말을 인용하면서 합리적인 말이라는 의미 부여를 했던 이 발언은 노인 비하라는 비난 속에 여야당의 정계에서만이 아니고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자신의 실언에 대해서 즉각 사과를 했으면 이렇게 큰 혼란에 빠지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주위의 사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두루뭉수리 뭉개다가 어정쩡한 사과를 했다. "일찌기 남편과 사별을 하고 18년 간 시부모를 모시다가 돌아가셔서 선산에 모셨습니다. 저도 60으로 노인 세대인데 어떻게 어르신들을 비하할 수 있겠습니까"

중학교 때의 차남 발언을 꺼내서 비난을 받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남편과 시부모를 내세워서 방패막이로 삼았다. 가족 모두를 등장시킨 그의 가벼움은 진실성이 결여된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그러던 그녀가 8월 1일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에서 느닷없이 또 다시 실언을 재생산했다.

"윤석열 밑에서 통치 받는 것 너무 창피했다. 분노가 일었다.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데 엄청 치욕스러웠다"

노인 비하라는 실언을 만회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나름대로 준비했던 폭탄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했을는지 모르지만, 조롱감으로 전락한 자폭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 정치가들이 한국에 대한 실언을 자주하는 정치가를 향해 망언 제조기라고 하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 역시 망언 제조기여서 필자는 씁쓸했다. 다른 화제를 제공하여 충격적인 언어 화법을 구사하여 다른 곳으로 화살을 돌리려던 그녀의 꼼수는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받고, 유일하게 혼자 사표를 거부해서 임기까지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을 맡고 연봉 3억원을 다 챙겼다.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사람에게 충성 안 해도 좋다. 그런 김 위원장은 고위직 공무원을 치욕스럽게 감당하면서 누구에게 충성을 했을까.

에펠탑 앞에서 자랑스럽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던 일본의 마쓰가와 루이 참의원은 52세로서, 오는 9월에 있을지 모를 개각에 대신 후보로 물망에 올랐었지만 사진 몇 장 때문에 물 건너 갔다.

혁신한다고 영입한 김은경 혁신위원장 본인이, 혁신 대상자 우선순위 제1로 클로즈업되었다. 김 위원장은 끈질긴 인내력으로 윤석열 대통령 밑에서의 치욕스러운 근무를 영웅담처럼 늘어놓았다. 그것과는 전혀 정반대인 환경 속에서 그녀는 점령군처럼 민주당에 입성했다. 언제까지 그 자리를 지킬 것인가. 국민들은 희극적인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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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제일보 2023-08-16 08:07:23
매우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