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24)이영운, 난방초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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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24)이영운, 난방초 키우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9.2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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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교육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난방초 키우기

출근길에 제주도의 나팔꽃, 또는 고구마 꽃 같은 화초를 많이 본다. 색깔이 희기도 하고 약간 푸른빛을 띠기도 한다. 변종으로 검은색도 한번 본 적이 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는 가장 흔한 꽃이다.

덥고 삭막한 집에서 그 난방초를 한 그루 심어 키우고 싶었다. 며칠 전에 미리 화분과 화분 물받이를 사왔다. 화분은 2000 세파에 물받이 도자기 접시는 1000 세파를 주었다. 퇴근하면서 길가에 있는 꽃 하나를 뽑아왔다. 아파트 앞 도랑에서 흙을 파다 꽃을 심었다. 심은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계속 시들고 있다. 물을 많이 줘도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 아무래도 자기가 태어나서 성장한 태생 환경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흙과 충분한 물도 자기 고향만 못 한가 보다.

이슬람 기념일에 여장학사의 초대를 받고 가정방문.
이슬람 기념일에 여장학사의 초대를 받고 가정방문.

나는 가끔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본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친구도 가족도 형제도 없이 또 살갑게 대해 주는 이웃도 없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그러고 보니 나도 저 꽃처럼 고향을 떠나 서서히 말라 시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빨리 적응하여 뿌리를 내리고 잘 버티고 꽃도 피워야 하는데 말이다.

아침에 듣는 성가는 성스럽고 아름답고 평화롭고 은혜롭다. 성가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도다. 이곳 성당의 성가는 특히 아름답다. 대부분 모르는 노래들이다. 그러나 가끔 그레고리안 성가도 하고 세계 공통의 성가도 부른다. 가사는 알 수 없고 멜로디는 익숙하므로 입안을 맴돈다. 특히 성가대가 고음으로 부르는 영적인 음성은 천국 가까이 온 착각을 하게 된다. 평일 미사 때는 대부분 반주가 없다. 누군가 선창하면 따라 부른다. 또 성가 책도 없다. 서로 익혀서 부르는 것이다. 우리도 1960년대 내가 초등학교 때는 성가 책이 몹시 귀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시절 우리와 같다고나 할까?

(2014년 11월 3일)

이슬람 새해 첫날

오늘은 이슬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즉 1월 1일에 해당되는 날이다. 물론 공휴일이다. 어제 아파트 앞길에 대형 천막이 쳐지고 잘 차려입은 남녀 어르신 수백 명이 모여 긴 인사를 서로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프랑스 문화원으로 과외받으러 가면서 지나치며 잠시 보았다. 길 양쪽으로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나는 가운데로 지나가면서 인사도 하고 악수도 나누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담아보려고 하니 노인네들이 손을 젓는다. 그냥 자리를 떴다. 저녁때 집으로 돌아올 때는 다시 거리가 텅 비어 있었다.

아침에는 이곳 새해 미사에 참례하려고 일찍 준비하고 7시쯤에 집을 나섰다. 7시 30분에 아침 미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당 정문에서 어떤 남자가 나에게 ‘사바’하면서 인사를 건넨다. 몇 번 거리에서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분이다. 그런데 너무 당황해서 인사도 못 받아주었다. 정문에서 몇몇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성당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안내판을 보니 평일 아침 미사는 6시 30분이었다. 나는 일요일처럼 7시 30분인 줄 알고 왔었던 것이다. 벌써 미사 시간을 잘 못 기억하여 실수한 것이 두 번째이다. 이곳에서는 새해를 특별히 지내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 미사에 참석해야겠다.

거리의 아이들
거리의 아이들

미사 가는 길에 보니 어떤 여자분이 길을 가는데 딸리베 아이들이 손을 내민다. 헤어 보니 11명이다. 그녀가 가다 멈춰서 지갑을 연다.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 두세 명이 또 달려온다. 새해 첫날은 선행의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구걸하는 거리의 아이들을 언제까지나 종교적인 핑계로 정부에서 방치하는 것은 적절한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토요일에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깜깜한 건물 모퉁이에 깡통을 옆에 두고 깊은 잠에 빠진 두 명의 아이들이 보였다. 벗은 발, 한없이 찢겨진 옷, 그냥 모래 더미를 베고 있는 까만 머리들이 보였다.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모기, 파리 등 벌레들이 무방비 상태인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것이 말라부에게는 교육의 방법이고 출세의 방편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은 점들이 많다. 그들은 아이들의 구걸로 호의호식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부모도 아이들을 부양 교육할 능력이 없으면 위탁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방치한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 그들이 점점 위치가 높아져 승진도 하고 부도 쌓게 되고 존경받은 지도자로 성장한다고 한다. 일종의 도제제도인 것 같다. 딸리베는 영어로 말하면 School Boy에 해당되는 말이다. 정말 배움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란 데 매일 구걸로 할당량을 채워야 하루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들의 상황이 너무도 애처로워 보인다.

세네갈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로 2013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은 2169달러이며 소득의 불균형이 심하다. 하루 소득 1.25달러 이하인 인구는 총인구대비 29.6%이다.

세네갈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HDI)는 2013년 기준으로 0.485로서 185개 국가 중 163위를 차지하여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 2013년 기준 세네갈의 평균수명은 63.5세,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69명이다. 이처럼 높은 영아사망률은 말라리아, 미숙아, 급성 호흡기 감염, 출산질식 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1980-2013년까지의 세네갈의 HDI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평균수명은 14.6년 증가하였고 평균 취학 기간은 2.1년 증가하였으며 1인당 국민총소득은 1.5% 증대되었다. 평균 교육년수(년)는 2013년 현재 4.5년, 성인 문해율(%, 15세 이상)은 2012 현재 52.1%, 초등학교 등록률(%, gross)은 2012 현재 84%이다.

아파트작은 베란다에 만든 난방초 정원
아파트작은 베란다에 만든 난방초 정원

세네갈의 빈곤율은 북부와 중남부 지역 간 큰 차이를 보이며, 2011년 기준 Dakar(26.1%) 및 Louga(26.8%)는 약 26%, 북부 지역의 Saint-Louis(41.3%), Thiès(41.3%), Matam(45.2%), Diourbel(48.9%)는 40%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중남부 지역 빈곤율은 모두 50%를 상회하였으며, 중부 지역은 Tambacounda(60.4%), Kaolack(61.7%), Kaffrine(63.8%)로 나타났고 특히 남부 지역 Ziguinchor(66.8%), Fatick(67.8%), Sédhiou(68.3%), Kédougou(71.3%)가 65% 이상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Kolda의 빈곤율이 76.6%로 세네갈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한국도 한국전쟁 후에 얼마나 고아들이 많았고 또 선진국 또는 국가의 도움으로 그들이 나중에 많은 것들을 이루게 되었는가?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고아원 아이들이 꽤나 많았었다.

어제는 프랑스 문화원에서 중간고사를 봤다. 이 나이에 다시 시험을 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기도 하다. 그러나 공부는 끝없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는 어떤 가치가 있어 보인다. 내가 최고령자이다. 부담 없이 보았으나 마음속으로는 꼴찌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자주 쓰는 ‘그럭저럭’ 보았다.
(2014년 11월 4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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