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 (26)비닐 씹는 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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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 (26)비닐 씹는 소들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11.0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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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 교육 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비닐 씹는 소들

밖에선 쓰레기 수거 차량이 요란한 경적소리를 내고, 이어서 비상시처럼 휘슬 소리가 계속 들린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쓰레기 수거하는 모습과 같다. 그땐 집에 있다가 다라(플라스틱 양동이) 등에 쓰레기를 모아서 차에 가서 부었다. 나는 이곳에서 5층을 오르내리기도 힘들고 내려가다 보면 차가 떠나 버리기도 해서 이곳에서 500미터 쯤 떨어진 쓰레기 집하장까지 들고 가서 평소에 버리고 있다.

큰 맘먹고 구입한 관상용 바오밥나무
큰 맘먹고 구입한 관상용 바오밥나무

그곳에 가면 자주 쓰레기 뒤지는 사람들을 본다. 여기서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악취가 지독하다. 어떤 사람들은 바로 그곳에서 음식을 분리하여 먹기도 한다. 이어서 개나 고양이들이 먹이를 찾고, 그 시간이 지난 오후에는 소떼들이 여러 마리씩 모여서 또 뒤지고 먹는다. 소들은 종이도 플라스틱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운다. 풀을 먹어야 하는데 도시 쓰레기로 배를 채우니 모두가 바싹 말라 있다. 이곳 쇠고기는 마치 질긴 종이를 씹는 듯한데, 그 원인이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생활하는 소들은 일부일 것이다.

우리 사무실 근처에는 대형 쓰레기통들이 여러 개 있다. 수거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니, 너무 무거워서 쓰레기통을 들 수가 없으므로 우선 쓰레기통을 기울여 쓰레기를 모두 땅에 쏟는다. 옆에 카펫 같은 것을 깔고 삽으로 쓰레기들을 옮긴다. 한 통을 옮기는데 두, 세 차례 나누어서 이동한다. 두세 사람이 이를 들어 올려서 차에 부어 넣는다.

어쨌든 가장 많은 문제 중의 하나가 쓰레기 처리다. 바닷가에 가 보면 이 쓰레기들을 태우는 곳도 있고, 그냥 쌓아 두는 곳도 있다. 그나마 큰 도시들은 이런 체계라도 있으니 다행이지만, 시골은 집집마다 말 마차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수거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그들은 또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시외로 나가면 들판과 나무는 온통 검은 천으로 뒤덮이고 나무마다 깃발이 가득하다. 나는 처음에는 무슨 까만 새들이 나무마다 가득 앉아있나 했었다. 자세히 보니 모두 까만 폐비닐이었다.

(2014년 11월 15일)

신령한 바오밥

오늘 바오밥 나무 분재를 하나 샀다. KOICA 사무실에 들렀다가 걸어서 오는데 마침 꽃집이 있었고, 그곳에서 샀다. 이상윤 박사가 나에게 오는 길에 보았다며 가 보자고 해서 알게 되었다.

전에 내가 바오밥 나무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그 위대함에 대하여 감탄하자 그는 깰멜 시장에서도 가끔 보이는데 싸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가끔 그곳에 들르면서 유심히 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주인이 8000 세파 부르는 것을 5000 세파에 샀다. 너무 무거워 택시를 이용했다. 나는 꽃이 한 송이 피어있는 것을 선택했다. 최근 쇼핑 목록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꽃봉오리들이 여러 개 있으니 나머지도 금방 개화할 것처럼 보인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사건과 이벤트가 없으니 내게는 아주 특별한 일일 수밖에 없다. 꽃은 5센티 정도이고 연분홍 꽃잎이 대여섯 개 펼쳐있다. 향기는 없다.

그러나 바오밥은 종류가 많고 크기도 다양하다. 이것은 분재용으로 열매를 맺지 않는다. 큰 바오밥은 꽃이 큰 어른 주먹만 하고 향기도 아주 짙고 열매는 큰 것은 어린아이 머리만 하다. 열매에 있는 가루는 시큼하면서 달아서 여러 가지 음식 재료로 쓰이기도 하고, 어린이들이 아예 들고 다니면서 파먹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바오밥은 생텍주 베리의 ‘작은 왕자’에 등장하는 나무다. 그가 세네갈 생루이에 머물면서 이 동화를 썼다는 얘기도 있다. 신비의 나무고 사막에 살지만 엄청난 크기다.

큰 바오밥은 속이 비어있다. 옛날에는 껍질을 파고 조상이나 가족을 대대로 매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부인이 죽으면 합장하기도 하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 나무가 죽은 후에 살펴보면 엄청난 부장품이 가끔씩 발견되기도 한다. 최근엔 세네갈에서 이 살아있는 바오밥 나무 속을 파고 객실을 만들어 숙소로 제공하는 호텔도 있다고 하니 신비의 나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구입한 나무도 키는 작지만 뿌리가 아주 크고 견실하다. 코이카 사무실에도 하나 사서 주어야겠다. 자주 물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내 성미가 물을 많이 주는 성격이라서 그렇다. 외출 후에도 바라보고 한밤중에도 깨어서 한참 바라보았다. 이 집안의 유일한 생물(生物)이기 때문이다.

이상윤 박사는 코이카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이는 50대 중반이다. 부산 출신으로 부경대학 옛날 부산수산대학 수산 전공 박사다. 그는 코이카 봉사단원, 관리 요원, 그리고 지금은 자문단으로 3년째 근무 중이다. 그의 경력에 대해서 자세히 들은 적은 없지만, 세계 어느 곳 어떤 오지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다. 특히 스페인어 구사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남미에서 관리 요원을 했다고 한다.

부인은 수학교사로 떨어져 살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 아파트를 몇 년 전에 구입했는 데 융자를 다 갚지 못했는지 부인이 자주 돈을 절약하라는 성화를 부린단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항상 근검절약한다. 나도 소박하게 사는 편이라 그분의 생활 모습이 항상 나의 귀감이 된다. 이런 분이 나의 마음에 딱 든다.

(2014년 11월 20일)

바께트와 느티나무

서늘한 초가을을 연상시키는 아침이다. 작은 바께트로 아침을 먹고 믹스커피를 책상위에 준비했다. 제주외국어고등학교의 찬가인 ‘느티나무여 영원하라!’를 듣는다. 내가 그 학교 교장으로 근무할 때 노랫말을 만들고, 내 친한 친구 강문칠 교수가 작곡하고 배서영 교수가 노래한 곡이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 1절 》

느티나무 그늘 아래 영롱한 그대 모습,

언덕 위 두 팔 벌린 희망의 깃발이여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 품으며

어둠의 빛이 되리, 광야의 소리가 되리

(후렴)

내 사랑 그대여! 언제나 그곳에 우리를 지켜다오

내 사랑 느티나무! 그대 빛나리 영원히 영원히!

《 2절 》

잎새마다 새겨 걸던 소망의 조각들

지금도 언덕 위에 흩날리네요.

따뜻한 마음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 밝히며

세계의 진리되리, 언덕 위 무지개 되리

제주외국어고 학생들은 모두 이 노래를 너무 좋아하고 조회 때마다 합창한다. 오늘 아침 이 노래도 듣고 성가도 듣는다. 마음이 상쾌하고 따뜻해진다.

오늘은 조용히 세네갈의 교육 현황과 미래 계획, 그리고 코이카의 교육 분야 협력 방안을 살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도 점검해 보았다.

KOICA는 교육 분야에서 기존에 3개 지역 중등학교 건립사업, 초등학교 교과서 보급사업 등을 진행하였으며, 고등교육 분야로 확대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고등교육부가 제안한 사이버대학(UVS) 사업에 참여하여 지역학습관(ENO), 교사 교육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고등교육 분야에 ICT를 접목하여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직업전문대학(ISEP) 설립 사업이 있다. 수도 다카르에서 30km 떨어진 Diamniadio 신도시에 Knowledge City를 개발 중이며, 해당 지역에 과학 및 기술 분야 인력 양성 기관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3월 9일 Thiès에서 World Bank가 지원한 제1호 직업전문대학(Institut Supérieur d'Enseignement Professionnelle; ISEP)을 개소하였으며, KOICA에는 2개 공과(ICT, 자동차)의 6개 과정으로 400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기관을 9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지원토록 제안하였다. 정부의 목표는 전국적으로 14개의 ISEP 건립과 학생 3000명 육성이며, 총 15개 과정 중 KOICA가 6개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가 추후 multi/bi 협력을 통한 지원을 검토중에 있어 타 기관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으며, 관련하여 World Bank는 1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하였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쉬는 시간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쉬는 시간

또한 세네갈 정부는 2012년 교육 접근성 향상 및 ICT 활용 정책의 일환으로 사이버대학(Université Virtuelle du Sénégal; UVS) 지역학습관(Espaces Numériques Ouverts; ENO)구축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2개 층의 건물에 컴퓨터 약 200개를 두어 인터넷 연결을 활성화하여 e-learning을 장려할 방침이다. 현재 학생 7000명을 대상으로 ENO카르 Super ENO에는 역량 강화를 위한 직업전문대학도 포함될 예정이며, 사이버대학 개발을 위한 전문가도 파견 예정에 있다. 11개를 운영하며, 세네갈 전역에 총 50개의 ENO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다이와 관련해서 AfDB가 주요 협력기관으로 지원 중이며, 세네갈 정부는 2015년 1월 KOICA와 협의하여 2개의 ENO(Mermoz와 Diamnadio) 건립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였다. KOICA 지원 여부는 공식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며, 정부는 9개 ENO 건립을 위한 예산을 마련한 상태이다.

세네갈에서 교육 및 훈련을 다루는 부처는 세 곳으로서, 초중등 교육을 다루는 교육부와 고등교육을 다루는 고등교육부, 직업훈련을 다루는 직업학습공예부로 나눠진다

최근 20여 년간 세네갈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초등학교 등록률은 많이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교육 분야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세네갈의 실업률은 10.3%로서 역내 국가보다 높은 상황이며, 특히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실업률도 높은 특이한 양상을 보여준다. 전체 노동인구의 약 50%만이 고용상태이며, 이마저도 비공식부문의 비율이 50%에 달해 직업의 질과 안정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특히 농업 분야에 전체 노동인구의 약 77%가 종사함에 따라 산업 및 서비스 분야로의 노동 인력 전환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세네갈의 중등교육 및 고등교육 등록률은 사하라 이남 평균 수준이나 중·저소득국 평균치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세네갈에서는 교육 단계가 높아질수록 교육 접근성이 급격히 감소하며, 특히 농촌 지역에서 심하게 취약하다. 또한, 고등학교 및 국공립 대학의 대부분이 Dakar를 중심으로 한 도시에 위치하고 있어 농촌지역의 중등 및 고등교육 접근성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세네갈은 기존 프랑스의 인문학 중심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 보다 자연과학 및 기술 중심의 교육과정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초등-중등-고등교육 전반에 걸쳐 위 네 가지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공간, 기자재, 커리큘럼, 교사, 교보재 등의 확충이 시급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세네갈 내 여성의 노동인구 비율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여성의 51%가 경제활동 및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유휴인구인 상황임을 고려할 때(남성의 유휴인구비율은 21%), 여성의 교육 및 경제활동 참여기회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교육 단계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참여율이 떨어져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도시 가축시장의 양들
도시 가축시장의 양들

세네갈 정부는 위와 같은 과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교육과 직업훈련을 위한 전략계획(PAQUET)을 수립, 교육의 질 향상과 보편적인 기초교육의 제공, 수요기반의 직업기술교육 제공, 및 교육 분야 거버넌스 개선에 힘쓰고 있다. 또한, 기초교육 10년 의무화,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교육 및 독해능력 강화, 수요 기반의 직업 훈련 실시를 우선 실행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이미 말했듯이 현재 수도 Dakar 인근 도시인 Diamniadio에 ICT 인프라를 활용한 첨단 교육 의료도시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산업 수요, 개발정책 및 직업훈련 간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성장 동력 산업의 고용수요를 충족하며, 특히 세네갈이 불어권 아프리카 교육중심지였던 역사를 기반으로 프랑스-모로코-세네갈 기반을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한, 다카르 지역 종합 캠퍼스를 설립하여 캐나다 McGill 대학은 물론 Accor 등과도 협력하여 관광 및 자원개발 학사 및 석사 과정, 의과 과정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실제로 다카르의 열대 전염병 관련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UCAD 내 의학 및 약학대학 학생의 55%는 외국인(2004년 기준)이며, 세네갈의 고등교육기관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의 19.4%는 모로코에서, 15.7%는 모리타니, 6.7%는 코트디부아르 출신(2006년 기준)으로 세네갈의 교육경쟁력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어지는 불어권 아프리카 유학 도시를 건설하여 국내는 물론 지역 내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KOICA는 이러한 세네갈 교육부문의 과제 및 해당 정부의 수요를 바탕으로 이러한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두가 많은 예산과 인적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다. 실현 가능성과 필요성이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할 프로젝트들도 있어 보인다.

(2014년 11월 22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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