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27)어떤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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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27)어떤 나팔꽃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3.11.20 0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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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 교육 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어떤 나팔꽃

지난주는 기쁜 일도 언짢은 일도 있었다. 언짢은 일은 지난번에 화분을 사다 심은 유사 나팔꽃은 아무리 물을 많이 주고, 위치를 바꾸어 보는 등 나름 정성을 들였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괜히 야생 상태로 두면 잘 자라고 예쁜 꽃을 피울 꽃을, 옮겨 심어 명을 재촉한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이 컸다.

다시 길가에 있는 한 그루를 옮겨 심었다. 눈 여겨 봐 두었던 것으로 바로 길가에 있어서 밟히고 세파를 겪었는지 조금은 밑동이 찢기고 말라 있었다. 그래선지 이 꽃도 처음에는 잎이 마르고 거의 다 죽은 상태로 변했다. 내 생각엔 이 꽃은 원래 자연 상태로 두어야지, 이식하면 바로 죽어 버리는 속성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터 이곳저곳에 지천으로 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서 가져다 키운 유사 나팔꽃
거리에서 가져다 키운 유사 나팔꽃

그런데 오늘 아침 살펴보니 잎과 줄기가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사이에 쌀뜨물도 주고 정성을 들이긴 했다. 70% 정도는 원래의 기운을 차린 것 같다. 또 바오밥도 세 번째 꽃을 퍼트렸다. 역시 작은 분재지만 기품과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모두 품고 있다.

어제는 수녀님들이 경영하는 가톨릭 재단 학교를 방문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한 구내에 있다. 외관상 교육 환경과 시설은 아주 훌륭해 보였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유치원생, 초등학생 모두가 운동장으로 나와 함성을 지르고 뛰 놀며 서로 엉키고 넘어지고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유치원장이 출장가고 없었다. 미리 전화를 했다. 오라고 해서 갔는데 부재중이어서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초등학교 교장 수녀님이 대신 마중 나오고 운영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 분도 영어가 서툴러서 영어 통역을 할 수녀님을 모셔왔다.

교장은 흑인인데 통역 수녀는 백인이었다. 표정이 영 언짢아 보였다. 몇 마디 하다 나는 교장에게 가져간 간단한 서식에 몇 가지 사항을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학교 명칭, 학급 수 등 기본적인 교육과정 내용이다. 교장은 백인 수녀에게 작성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옆에 있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더니만 내용은 알고 있지만 적는 것은 못하겠다고 한다. 얘기해 주면 내가 대신 적겠다고 했으나 알고 있지만 들려 줄 수 없다고 한다. 아마 원장이 없으니 책임 있게 말할 수 없다는 마음인지 모르겠으나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천주교 신자여서 미리 그런 내용도 알리고 무척 친근하게 접촉했었다. 일이 잘 진행되리라 여겼는 데, 난처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곳에서의 관찰은 여의치 않아 빨리 나왔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된 교육기관은 이곳이 처음이고, 소위 문전박대를 받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백인의 흑인과 황색인에 대한 편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카르의 한 유치원에서
다카르의 한 유치원에서

우리 같으면 외국인은 어떤 분이든 또 교육부에서 나왔다면 최선을 다해 가능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물 한잔 대접은 못할 망정 이상한 논리로 협조하지 않으니 이해가 안 되었다. 이 일로 하루 종일 마음이 언짢았다. 나의 접근방식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내가 더 친절하고 더 신중하지 못한 점들이 있었으리라 반성해 본다. 고린도 전서 13장이 생각났다. ‘사랑은 친절하고 인내한다’ 라는 말이 새삼 몇 차례 떠올랐다. 사랑 그것은 우선 친절하고 참는 것에서 시작된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고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못한다. 국가의 경우도 수원국은 수원국으로서의 자세와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세네갈 정부의 노력은 평가받을만하다. 마키 쌀 대통령과 현 내각은 주요 개발과제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2014년 2월 야심차게 세네갈 도약전략(PSE)을 발표하였고,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아 당초 목표했던 62억 달러를 상회하는 77억 달러의 재정지원 서약을 확보하였다.

2014년 7월 중에는 5억 불의 국채 발행도 8:1의 경쟁률을 기록,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PSE 추진을 위한 재정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PSE의 세부 내용 및 현 이행 정도에 대해서는 대내외 기관별로 평가가 상이하나, 아직 전략실시 초기 단계이므로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현지 정부 내 PSE의 모니터링 기관인 BOS에서 주간 단위로 대통령에게 PSE 이행상황을 보고하는 바, PSE의 모니터링 및 조정체계는 잘 구축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프랑스 문화원에서 시험치다
프랑스 문화원에서 시험치다

 

농업, 교육, 보건의료, 식수 위생 등 주요 개발 분야별로 PSE를 뒷받침하는 별도의 전략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 방문 시 진행했던 미니포럼 및 부처별 미팅 과정에서 각 부처 고위인사가 PSE 및 분야 전략의 핵심 내용의 전달과 함께 이에 근거한 KOICA와의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등, 정부 내 수원 태세 및 개발 의지는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어제는 프랑스 문화원에서 마지막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시작을 늦게 하더니, 시험도 연기해 버렸다. 월요일에 한다고 한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프랑스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이틀 전에 예고했던 시험을 당일에 갑자기 연기하다니 말이다. 프랑스 기관도 세네갈에 있으면 세네갈 타임에 젖어드는 모양이다.

(2014년 11월 29일)

한국 문화의 날

오늘은 한국문화의 날 행사가 있었다. 9시에 ISM(International Schoool of Management) 대학에 도착하여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단원들이 주도한다. 올해는 띠에스에 컴퓨터 단원으로 일하는 임아람 단원이 수고를 도맡아서 했다. 그녀는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고 띠에서 수녀원 구내에 산다고 했다. 이곳은 프랑스어가 공용어이고 미사도 불어로 진행된다. 그래서 전에 내가 미사통상문 불어판을 파일로 보내달라고 그녀에게 부탁하기도 했었다.

우리 봉사단원들을 대여섯 개 분과로 나누어 준비하고, 직접 행사에 참여 활동했다. 분야는 한복 입어 보기 코너, 서예 경험 코너, 팽이치기, 제기차기, 페이스 드로잉, 음식 코너 등이다. 인근에 다카대학이 있고, 또 ISM 대학을 빌려서 하니까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 일본 봉사단(JICA)을 비롯한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왔다. 김유나 단원은 자기가 지도하는 유치원생 20여 명을 데리고 와서, 싸이의 ‘강남 스파일’ 율동을 공연했다. 3, 4세 아이들이 앙증맞게 잘 춤을 춘다.

한국 문화의 날 서예 지도
한국 문화의 날 서예 지도

나는 붓글씨 담당이다. 이득규 선생과 김누리 단원이 도왔다. 궁서와 예서체로 주로 현지인들의 이름을 써 주었다. 예전에 한국의 저명한 서예가인 라석 현민식 선생님으로부터 조금 익혔던 서예가 이렇게 요긴하게 능력을 발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년에도 한다면 한지에 KOICA 낙관을 미리 인쇄해서 사용하면 더욱 돋보일 것 같다.

음식 코너에는 김밥, 잡채, 불고기 등이 준비되었는데, 인기 폭발이다. 역시 한국 음식이 세계를 제패할 날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국의 거의 모든 단원들이 힘들게 다카까지 오고 철저히 준비도 해서 아주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세네갈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진면목을 조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유숙소에 모여 간단한 다과를 들면서 한국의 날 행사를 평가했다. 또 다음해는 어떻게 할까 누구 담당할까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까 등을 예기하며 함께 걱정했다. 힘을 모으면 이 또한 행복하게 보람되게 지나가리라 예측하면서!

(2014년 12월 3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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