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32)다카르 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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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32)다카르 한글학교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4.01.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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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교육 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다카르 한글학교

오늘은 대사님 그리고 한글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뚜르벨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이번 학기부터 이곳 한글학교에서 4학년을 담당하게 되었다. 전에 맡으셨던 선생님이 귀국하게 되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다. 아마 일년에 한 번 정도 대사님과 선생님들이 이런 모임을 갖나 보다.

한글학교는 대사관에서 운영하는데 이곳 한인교회에 위탁하여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다카르 교회에서 사목하고 계신

한글학교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면서
한글학교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면서

백 목사님이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을 겸하고 계시다.

대사님은 내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을 아시고 제주도 얘기부터 꺼낸다. 제주도에 동북아연구소를 지을 때 1년간 제주도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책임자였는데 그때 관여했다고 한다.

문정인 교수는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참여했던 ‘향원’이라고 하는 학생 동인지 선배이다. 그 당시에는 제주시내 4개 고등학교에서 각각 2명씩 선발되어 현길언 교수님, 김순이 선생님께서 지도해 주셨다. 최근 문정인 교수님을 제주에서 뵌 적이 있다. 국제관계 세미나에서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옛 고교 시절 얘기를 했더니 잠시 향수에 젖기도 했었다. 그의 동생 역시 나와 함께 제주도청에서 위탁한 제주도 국제화 외국어 교육 관련 업무를 추진한 적이 있는데, 자주 만났었다. 지금은 제주한라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형제가 모두 성격이 활달하고 개방적이고 다혈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김유나 선생님이 동요를 가르치고 있다.

한글학교에 봉사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성실하신 분들 같았다. 내가 아는 분들 중에는 김유나, 황재윤, 최동선 선생님이 계셨다. 교장인 백 목사님은 작년에 칠순을 지냈다고 한다. 며느리도 함께 참석했다. 그녀는 교무부장 직책을 맡고 있었다. 백 목사님이 귀가할 때는 집까지 태워 주셨다. 나는 제주대학교에서 6개월 동안 한국어 교육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적은 있으나, 직접 한글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어서 무척 걱정이 되었다. 내가 담당할 아이들은 4, 5명 된다고 한다. 잘 준비해서 열심 성실히 시작해 봐야겠다.

(2015년 1월 9일)

눈물 적시는 애국가

아침부터 10미터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황사가 가득 꼈다. 여러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서 기온이 떨어지니, 온 시가지는 안개처럼 황사에 항상 휩싸여 있다. 그리고 자주 하마탄이라는 모래 바람인 회오리바람이 생긴다. 나도 기침이 자주 나온다. 호흡기에 지장이 많을 것 같다. 지난번에 대사님이 특히 눈에 유의하라고 했다. 안경을 쓰고 다니라는 말이 기억된다. 그런데 나는 안경 쓰는 것을 싫어하니 문제가 생길 것 같다.

한글학교 개학식이 있었다. 나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대강 내가 살아온 길과 특히 제주도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말했다. 아이들은 제주도가 어디 있는지 거의 모르고 있었다. 6명의 선생님 중에 네 분이 코이카 봉사단원이다.

개학식 중에 애국가는 2절까지 제창했고, 국기에 대한 맹세도 있었다. 지금은 변경되었는데 옛날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애국가를 부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정서인 듯하다. 유나 선생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동요를 가르쳤고 교가 제창으로 개학식은 끝났다.

다카르 한글학교 4학년 아이들
다카르 한글학교 4학년 아이들

수업이 시작되었다. 10시부터 11시 20분까지가 1교시이고, 20분간 간식 및 휴식 시간을 가지고, 11시 40분부터 13시까지가 2교시 수업 시간이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좀 긴 시간 배정 같다. 내가 담임인 4학년 학생은 모두 4명이다. 김지은, 송선국, 조서명, 최수아다. 남학생이 1명 여학생이 3명이다. 아이들에게 자기소개와 앞으로의 꿈을 얘기해 보도록 했다.

김지은 어린이는 두뇌가 명석하고 성격은 적극적으로 보였다. 스튜어디스가 꿈이고 아버지는 수산업에 종사한다고 했다. 유일한 남학생 송선국은 아주 순진하고 착해 보인다. 말하는 모습이 너무 정직하다.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조서명은 아버지가 프랑스인으로 네슬레 커피 세네갈 지사장이다. 언니와 1학년 남자 두 쌍둥이가 있다. 중국에서 태어나 10년 중국에서 살아서 프랑스어, 중국어, 영어, 한국어 모르는 말이 없다. 미래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고 한다. 무척 예쁘고 키도 큰 최수아는 아버지가 가발회사를 한다. 엄마는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을 한다. 모두가 밝고 명랑하다.

산다가 시장 풍경
산다가 시장 풍경

교과서를 배부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교과서는 한국외교부에서 지원한다. 처음 보는 책이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했다. 아이들에게 지난 학기에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아보면서 겨우겨우 수업을 진행했다. 교과서는 두 책으로 국어와 국어 활동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 구분과 내용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확실히 모르겠다. 집에 가서 잘 살펴보고 수업 준비도 철저히 해야겠다. 생각했던 것처럼 한글 교육, 소위 국어 교육은 쉬운 과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1월 10일)

아미고

껠멜 시장에 다녀왔다. 이곳에서 가장 큰 수산, 식재료 시장이다. 거의 한 달 만에 산다가에 갔다. 쌀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버스를 150 세파 주고 탔다. 오늘은 아주 한적하다. 여름에는 몹시 붐볐는데 또 오후 3시 경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리반 아이들
우리반 아이들

 

시장 입구엔 토산품 가게들이 있는데 그림과 목각 제품들을 팔고 있고 팔을 잡아끌고 ‘아미고’ 하면서 호객한다. 아미고는 스페인말로 ‘친구야’라는 뜻이라고 한다. 수준이 아주 떨어져 보이는 목각은 2000 세파 정도면 될 것 같은데 1만 프랑 달라고 한다. 그냥 지나치고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카에서 재래시장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식자재들을 팔고 있다.

쌀 10Kg, 당근, 양파, 감자, 고구마 등을 구입하고 양의 간도 샀다. 간은 내가 좋아하는 식품이다. 그런데 양간은 사본 적이 없어서 맛이 어떨는지 모르겠다. 쇠고기 간이 없어서 산 것이다. 고기나 생선 가게들은 거의 비어있었다. 무척 더워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오면서 택시 기사와 얘기를 나눴다. 서툰 프랑스어로 얘기했다. 나이는 50세 중반이다. 부인이 둘이고 자녀가 여섯이라고 한다. 한 부인에게서 5명의 아이, 또 새 부인에게서 1명의 자녀가 있다. 자녀가 많아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한다. 보통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운전을 한다고 하니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된다. 나는 거리를 달리는 차들 중에서 현대와 기아 차들이 한국 제품임을 알리고, 또 삼성, 엘지도 한국 회사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그는 유명 상표의 텔레비전, 냉장고, 핸드폰 등이 한국 제품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설명을 하면서 조금 마음이 뿌듯해졌다.

저녁에 간을 삶아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런데 위생적으로 잘 처리해서 조리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여러 차례 삶았으니 조금 안심됐다.

(2015년 1월 20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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