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정인
정수자
그믐이니 어이하나 월하정인 애간장들
멀리서도 애가 타서 애월 목을 휘감지만
달벼랑 사모한 죄로
상하지는 않으리니
포말의 애원으로 뺨이 닳던 이월처럼
날 세운 파도들이 퍼렇게 들이쳐도
당신을 부르지 않는
단애의 입술처럼
애월이 거기 있어 사무침을 벼리나니
앙다문 단도마냥 파랑을 갈무리니
앞섶이 다 삭아내려도
달그늘을 상감하리
봄꽃이 여름 해를 따라나설 수 없듯이 때론 이룰 수 있는 사랑도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돌려세워야 하는 때가 있는 법.
경복궁 뒷골목이면 어떻고 애월, 그면 또 어떠랴.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 저리 흐르면 되는 것을!
[송인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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