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 이야기](57)호박(김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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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 이야기](57)호박(김광렬)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6.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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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내 눈에는 가만히 있으나

내 마음에는 가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작고 여리기만 하던 것이

굵고 단단해져 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긴 탯줄 배꼽에 달고

땅바닥이나 높다란 담장 위에서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다 여물어야 한다며

뿌리는 쉬지 않고 젖을 흘려보내고

바람과 빛은 넘실넘실 입술을 비벼댄다

숙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 씨앗 위에서

성숙해나가는 것처럼 호박이,

가만한 것 같지만

가만하지 않은 소리를

저 깊은 곳에 내밀히

둥둥 북소리처럼 울려대고 있다

            (김광렬,'호박', 전문)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여름이 없이 어찌 가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눈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반대로 마음으로는 늘 분주히. 뻗어 올라가는 것이 어디 저 하늘뿐이랴 바닥에서 바닥으로 바닥에서 다시 바닥으로, 때가 여물기만을 모두가 다 기다리는. 버려진 삶이면 어떻고 굴곡진 인생이면 또 어떠랴. 썩어문드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갈 길은 가야 하기에. 하여, 이 여름 사방이 온통 북소리로 가득한 것이다.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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