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67)누름돌(서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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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67)누름돌(서석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8.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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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름돌

1.

동자꽃 진홍 딛고 새벽이 열려온다

감나무 우듬지에 천국 소리 귀 달고

안주할 지상이려나 뭇 새 날리는 마을

 

지리산 천왕봉, 이 높이를 능가하랴

구름도 머물러라 추를 달고 흐르는 물

낮기만 낮기만 하여 홰를 치는 새벽이니

 

2.

깻잎 콩잎 눌러 절여 일 년쯤에 제맛 났지

끓어 뛰는 불량기를 눅여놓던 밥상머리

다소곳 세월을 여민 어머니 그 손길의

                                         (서석조, ‘누름돌’, 전문)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하나도 없나 봅니다, 이 세상에 그냥 되는 건. 한 새벽을 열기 위해 또 한 새벽이 저렇듯. 산이며 물이며 꽃이며 나무만 일까요? 일 년 삼백 육십오일 어느 한 날 거르는 날 없이 데치고 볶고 삶고 지지고 부치고 튀기고 무치고 절구며. 바위라 해도 저 세월 앞에서는 다 닳아 없어지기 마련. 저 정성을 누구라 말릴 수 있을까요. 생각하면 그리워지고 그리워지면 다시 또 보고 싶은.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새벽, 어머니!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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