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름돌
1.
동자꽃 진홍 딛고 새벽이 열려온다
감나무 우듬지에 천국 소리 귀 달고
안주할 지상이려나 뭇 새 날리는 마을
지리산 천왕봉, 이 높이를 능가하랴
구름도 머물러라 추를 달고 흐르는 물
낮기만 낮기만 하여 홰를 치는 새벽이니
2.
깻잎 콩잎 눌러 절여 일 년쯤에 제맛 났지
끓어 뛰는 불량기를 눅여놓던 밥상머리
다소곳 세월을 여민 어머니 그 손길의
(서석조, ‘누름돌’, 전문)
하나도 없나 봅니다, 이 세상에 그냥 되는 건. 한 새벽을 열기 위해 또 한 새벽이 저렇듯. 산이며 물이며 꽃이며 나무만 일까요? 일 년 삼백 육십오일 어느 한 날 거르는 날 없이 데치고 볶고 삶고 지지고 부치고 튀기고 무치고 절구며. 바위라 해도 저 세월 앞에서는 다 닳아 없어지기 마련. 저 정성을 누구라 말릴 수 있을까요. 생각하면 그리워지고 그리워지면 다시 또 보고 싶은.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새벽, 어머니!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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