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말타기
비 오는 날이라고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성미
운동장을 빼앗긴 아이들이
교실 한편에서 생말타기를 한다
쟁겸이보실보실개미또꼬망
비튼 손을 깍지 끼고 위로 돌려
그 틈새 바라보는 하늘은 짓눌려 있었고
편을 가르고 등을 굽으면
말갈기 휘날리며 달리는 만주벌판
어느 새 아이들은 독립군이 된다
말아, 찌부가 되지 말고 버티어라
준마가 아니고서는
건널 수 없는 식민지의 강
아 아 드디어 시작종이 울리는 구나
우리들의 현실은 슬픈 분단조국
그래도 가야지 쉬엄쉬엄
허리의 통증을 다독이며
뿌연 연기를 일으키며
흙 자갈길 내닫는 어린 통일 역군아
(강덕환, ‘생말타기’, 전문)
빼앗겨 본 사람들은 안다. 빼앗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건널 수 없는 식민의 강, 그래도 가야만 하기에 뿌연 저 흙 자갈길 허리 통증도 마다하고, 이랴 이랴 이랴 이랴 이랴 이랴 이랴 이랴. 비록 승패를 논할 수도 없고 가늠할 수조차 없는 현실이지만 짓눌린 저 어린 것들에게 바쳐질 그 미래를 위해 오늘도 쟁겸이보실보실개미또꼬망개미또꼬망개미또꼬망……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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