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9)양동이, 빗자루를 든 신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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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9)양동이, 빗자루를 든 신입생들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11.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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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 빗자루를 든 신입생들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이번 주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기간이다. 7시 30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교문 앞에는 이상한 모자를 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가까이 가보니 검은 바지, 흰 셔츠, 밀짚 중절모를 쓴 학생들이 운집해 있는 것이다. 아직 교문이 열리지 않아 밖에 대기하고 있다. 모두 가로 20센티 세로 30센티 정도 되는 보루박스 종이에 무슨 글을 잔득 써 목에 걸고 있다. 자세히 보니 이름, 생년월일, 학과, 출신학교, 미래의 꿈, 취미 등이 적혀있다.

양동이, 먼지 털이, 빗자루, 나무 묘목 등도 함께 가지고 있다. 선배들은 가위로 머리가 긴 학생들의 두발 정리를 하고 있다. 머리 위

각자의 이름, 취미, 꿈등을 적어놓은 걸개를 맨 신입생들
각자의 이름, 취미, 꿈등을 적어놓은 걸개를 맨 신입생들

쪽은 머리칼로 자른다. 엉성하게 마구 잘라 버리니 행사가 끝나면 바로 이발소로 가야할 것 같다.

겨우 군중을 헤치고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재학생 선배들이 신입생을 안내하고 통제하고 있다. 사무실에 가방을 두고 밖으로 나와서 이 흥미로운 장면을 관찰했다. 교문 밖에서 일단 과별로 학생들을 모이게 하고 정렬한 다음 소지품을 모두 어깨에 메거나 들게 한 상태로 오리걸음으로 교문을 들어서게 한다. 50미터 정도 오리걸음으로 걷고 나서야 운동장에 과별로 모이게 했다. 남녀 구분 없이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

8시 15분부터 강당에서 입학식이 있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 국가 제창, 교장의 환영사로 끝났다. 이어서 학과별 구역별 대 청소를 하고 가져온 나무를 심기도 하였다.

처리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거의 4시경까지 일하다 밖으로 나왔다. PAS 대학생들이 너덧 명이 나와 교문 밖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오늘 공동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서 UNTL 대학에 갔었다. 그런데 참여하는 학생들이 50여명 밖에 안 되어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이곳 벽화 작업을 완성하러 온 것이다.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으니 다행이다.

이 단장이 벽화 페인트 구입 예산을 450달러 책정했는데 싸게 구입하다 보니 400달러 정도 남았다고 한다. 학교에 A4 용지를 사서 기증할런지 아니면 내년 PAS 활동비로 이월할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나는 ‘백단목’ 묘목을 사서 전 단원이 한 그루씩 기념식수를 하면 더 뜻 깊은 사업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고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집에 오니 아파트 관리를 하고 있는 여직원 주다이가 보였다. 주인도, 관리인도 모두 오래 집을 비우면 대신 관리 운영해줄 사람을 정해두고 가야지 그냥 가버리면 임대인들을 어떻게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을 때 처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가스가 떨어지고 청소 아줌마는 아예 출근도 안하고, 온 집이 쓰레기장으로 변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러나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두 달 치 임대료 1100달러를 지불했다.

신입생들과 함께
신입생들과 함께

문 닫힌 한국어 연수원

한국어연수원 양주윤 원장님과 티모르 플라자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운전기사 Andrea도 함께 했다. 볶은 밥을 시키려는데 대, 중, 소가 있다. 나는 중을 두 분은 소를 시켰다. 소자도 둘이 먹어도 될 만큼 많은 양이 나왔다. 나는 치킨라이스를 시켰다. 아주 먹을 만하다. 또 한두 가지 채도도 시켰는데 그 중에는 ‘땅콩’이라는 채소 무침도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땅콩 볶음인가 했는데 발음이 우리말 땅콩과 비슷한 채소로 미나리처럼 보이면서 담백한 맛이 나는 채소였다.

식사 후에 티모르 플라자 문구 마트에서 몇 가지 사무용품을 구입했다. 화이트보드, 마카펜, 칠판지우개 등이다. 화이트보드는 가로 2미터 세로 60센티로 좀 큰 것이다. 월별 행사표를 제작해서 사용할 생각이다. 버스에 싣고 가기는 어려워서 양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우선 최근에 양 선생님이 이사한 ‘JY' 레지던스형 전원주택 구경을 나섰다. 단지 안으로 들어서니 각종 꽃과 나무로 아름답게 조성된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전형적인 전원주택 단지 모습이다. 단층 단독 주택이 20여 채, 2층 주택이 20여 채 있는데 양 선생님은 2층 형으로 윗 층에 살고 있고 호수는 99호다. 거실, 침실 등으로 되어 있는데 대리석 바닥에 아주 고급스러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청소, 빨래, 다림질, 전기세, 수도세 등을 모두 포함하여 월 2,000달러 정도 부담하는 것 같다. 정확히는 여쭈어 보지는 않았다. 한국 산업 공단(HRD)에서 다 부담하는 것이다.

수목이 무성하고 많은 화초가 꽃을 피우고 있고, 연못에는 물고기들도 많이 헤엄치고 있다. 수영장에는 외국인 한 사람이 더위를 만끽하고 있다. 최고급 임대 주택 단지다.

오늘 이친범 신임 대사가 공항으로 입국한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가기로 했다. 공항 귀빈실로 가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인임을 확인하고는 통과시켜 주었다. VIP 실은 고급 의자에 냉방시설 등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잠시 후에 대사관 직원들, 코이카 소장, 한국식당 Naris 사장, 금교건 사장 등이 들어선다. 대사님이 들어오시니 인사도 하고 명함도 드렸다. 언제 관저에서 만날 기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신입생 오리걸음 등교
신입생 오리걸음 등교

마침 양원장님은 연수원에 볼 일이 있다고 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내 물건들을 우선 학교에 내리고 가면되는 것이다. 연수원은 학교 가는 길에 있다. 집까지 픽업해 주어서 편하게 하루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양 소장님의 고민도 아주 깊어 보였다. 이 곳 한국어 연수원 운영비는 동티모르 노동부 예산으로 운영된다. 연 10억 원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예산 통과가 안 되어 연수원 운영이 멈춰있다. 매일 연수생들은 수백 명, 수천 명씩 들르는데 또렷한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갑갑한 일 같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해결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곳 젊은이들의 꿈인, 한국어를 배워 능력시험에 합격하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5년간 파견되어 코리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원해 본다.

신입생들에게 강연하다

'세계 최고의 교육-한국'을 주제로 신입생 등 700여명에게 강연을 하다.
'세계 최고의 교육-한국'을 주제로 신입생 등 700여명에게 강연을 하다.

오늘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다. 내가 ‘세계 최고의 교육 - 한국’에 대한 강연을 하기로 한 날이다. 이 강연을 위해서 보름은 씨름한 것 같다. 우선 원고를 영어로 작성하여 영어교사 펠릭스에게 테툼어로 번역을 부탁했었다. 물론 번역료를 지불했다. 강연 때 내가 영어로 하면 그가 테툼어로 통역할 것이다. 미리 내용을 알고 번역해 두면 통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PPT는 전에 세네갈에서 강연했을 때의 것을 틀로 하여 최근의 신입생 사전 교육 내용, 또 한국 PAS 대학생들의 봉사활동 장면과 태권도와 부채춤 그리고 K-Pop 공연 등을 보강했다.

10시 30분에 시작하여 11시 30분에 끝낼 예정이다. 대강당에 신입생들이 질서 있게 앉아 있고 재학생, 선생님 등 700여명이 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 최근의 PISA(OECD 세계 학생 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1위, 읽기 2위, 과학 2위 등의 성적을 나타내어, OECD 국가들 중에서 학업성취도가 1위가 된 배경과 이유를 설명했다.

1945년 독립했을 때 세계 최빈국으로 국민소득이 76달러였다. 40년 후에 200달러였는데 70여년이 지난 지금은 3만달러가 되었다. 그 시절에는 전 세계에서 인도 다음으로 가장 가난한 최빈국이었다. 독일에 간호사와 광부를 파견하여 돈을 벌어들이고, 월남전에 군인을 파견하여 세계의 평화 수호는 물론이지만 그 소득으로 국가 기간산업의 밑거름이 되게 했다.

또 ‘채성봉’ 가수의 고아로 탄생하여 유명 가수로 성장한 자기 노력의 드라마를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다. 크리스토 레이에서 만난 미크롤렛 운전사인 동티모르 청년의 성공담도 보여주었다. 그는 한국 산업연수생으로 파견되어 5년 후에는 집을 사고, 결혼도 하고, 버스도 사서 지금은 가장 행복한 청년으로 코리안 드림을 실현했다.

한국의 경제 특히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석유 제품 수출 세계 7위가 된 나라로 프랑스보다 더 많은 기름을 수출한다. 세계 5대 정유 회사 중에서 3개가 한국에 있다. 이 것은 오로지 한국의 교육에 있다. 서울의 한 여고생의 학교생활도 보여주었다. 그녀가 아침 6시 30분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치열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예정 시간 보다 30분이 더 길어져 12시에 끝났다. 모두가 환호하고 큰 박수를 보여주었다. 또 정성껏 노트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희망에 가득 찬 똘망똘망한 새내기들의 눈망울 속에 새 학교, 새 공부, 새 생활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육부장관, 차관 안내

교육부 장관 차관 일행 안내
교육부 장관 차관 일행 안내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 미사를 하고 걸어서 학교로 갔다. 교정에선 이미 선배들이 신입생 길들이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소위 전통 교육에 해당되는 것이다. 지각생은 팔굽혀펴기와 오리걸음, 두 팔 들고 서기 등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작은 묘목들을 모두 하나씩 들고 왔다. 그 많은 나무들을 어디에 심을지 궁금하다.

오늘은 교감과 백단목 묘목을 보러 가기로 했었다. PAS에서 내가 제안한대로 400달러를 백단목 구입비로 지불하겠다고 했었다. 9시 30분이 되어도 교감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코이카 사무실에서 활동비 정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15분 정도 걸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갔다.

강대리에게 정산서를 제출하고 미비한 점을 보충했다. 예를 들면 업무추진비로 점심을 먹었을 때 김 아무개외 2인이 아니라 참석자를 모두 기록해야 한다. 숫자와 돈에 약한 나는 이런 정산과 예산 소리만 나오면 머리가 지근거린다.

그냥 집에 가서 쉴까 하다가 혹시 교감이 늦게 라도 나오면 묘목을 보러가야 하기 때문에 다시 학교로 갔다. 그런데 교정에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학생들은 포크 댄스를 추고 있다.

강당 앞에는 많은 손님들이 와 있는데 교장이 아주 겸손한 모습으로 안내 설명하고 있다. 분위기고 봐서 아주 고위층이 방문한 것 같다. 나는 선생님께 혹시 장관이 온 것이냐고 물어보았으나 그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중요한 사람 같아서 우선 사무실에 가서 카메라를 들고 왔다. 다른 분께 여쭤보니 역시 교육부 장관 일행이었다.

나는 장관에게 가서 내 명함을 주고 인사를 하니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함께 촬영도 했다. 코이카에서 이 학교에 투자한 내용, 그리고 이 곳에서 내가 하는 내용 등을 간단히 설명했다. 각 학과를 직접 둘러보는 게 어떤지 제안했다. 6개 과를 세세히 둘러보면 많은 질문을 한다. 나는 이 시설과 교육 기자재가 모두 한국에서 지원된 것이고 학과 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 등을 설명했다. 또 이 좋은 장비들이 유능한 교사들이 부족하여 제대로 활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들 알렸다. 수행원이 20여명이 되고, 7명의 사진사가 열심히 촬영했다. 아마 기자들도 같이 온 모양이다.

장차관 안내
장차관 안내

 

나중에 알고 보니 장관, 차관, 총괄국장 등이 와 있었다. 특히 교육부를 실제적으로 운영하는 총괄국장은 2시에 교육부에서 함께 회의를 하자고 한다. 장관 일행이 2시간 이상 학교에 머물다가 갔다.

학교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교육부로 출발했다. 교육부는 처음 가는 것이다. 가는 길에 잠깐 집에 들려 제주도 돌하르방 등의 선물을 들고 갔다. 교장과 마르코스 교감의 오토바이에 두 명씩 타고 4명이 갔다.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헬멧을 썼다. 조금 걱정 되었지만 교감의 오토바이 운행 능력이 뛰어나서 괜찮을 것 같았다.

총괄국장(General Director)인 Jose Manuel Ferraudes은 나에게 네 가지를 제안, 부탁했다. 베코라기술고등학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3명의 유학생이 한국으로 가게 되는데 이도 지속적으로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협조해야 한다. 또한 여러 지방에 베코라기술고등학교와 같은 기술학교를 세워 달라. 코이카 사무소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달라 등이었다. 가능한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하고 교육부를 나섰다.

(2018년 1월 8일, 1월 10일, 1월 11일, 1월 12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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