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31) 박 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무조건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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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31) 박 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무조건 환영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12.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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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무조건 환영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몇 년 만의 한파가 한반도로부터 남하하면서 일본열도를 뒤덮고 있다는 일본의 톱뉴스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뉴스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인들에게는 남의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한 사람의 정치가가 법적 구속에서 벗어나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자신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뉴스로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절대 다수의 재일동포들에게는 강추위를 녹일 수 있는 훈훈한 톱뉴스로 다가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결정을 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심심한 사의를 표명한다고 했다. 신년 사면에 포함되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비로 심사위원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추진한 문 대통령의 결단은, 박 전대통령도 사의를 표하는 것처럼 여러 의구심을 떨쳐버리고 무조건 환영하고 싶다.

돌연변이처럼 갑작스럽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시킨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의 최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4년여보다 구속 기간이 262일 더 많은 4년 9개월 동안 구속되었다고 한국의 매스컴들은 보도하고 있다. 그 동안 무죄를 주장하면서 재판까지 거부했던 구속 기간 속에 건강은 만신창이가 되고 정신 상태까지 불안한 증세를 보여서 다시 입원한 상태였다.

대선을 앞둔 한국의 여, 야 정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놓고 다각적으로 손익계산서를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러한 전략적 요소를 감안하여 전격적인 사면을 실시했다고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일본 대다수 매스컴들도 박근혜 사면으로 인한 한국의 정세 분석을 독자적 시선에서 보도하고 있지만 거의 모두가 한국의 판박이 보도였다.

몇 차례의 병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세에 지금까지 치료를 계속 받던 어깨와 허리 질환의 지병에다, 이번에는 장기간 구속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라는 새로운 증세가 추가 발표되었다. 69세의 노령 세대에 들어선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위기적 상황까지 이르고 있었다.

다시 구속 상태가 계속되면 건강상 예기치 못할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에는 구속 상태에서 생을 마감할는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전문지식이 없는 국민들까지 갖게 되었다. (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국민들은 막연한 불안과 어떤 두려움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태 속에서의 국민들의 두려움은 속수무책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더욱 긴박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이 불의의 돌발적인 사태가 일어난다면 모든 책임은 자신이 져야할 업으로서 남을 것이다. 결국 자승자박 속에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대통령으로서 자신만이 갖고 있는 권력 행사인 사면이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통령은 우루과이 전 대통령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86) 씨라고 한다. 그래도 그는 조그마한 집도 있고 대통령으로서 근무한 연금도 계속 받고 있다. 그러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구속까지 당한 박 전 대통령은, 연금은 죄인으로서 한 푼도 못 받게 되었으며 '특정범죄가증처벌법상 뇌물혐의'로 기소되어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최종적으로 선고 받았다.

벌금 180억원과 추징금 35억원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사저는 경매에 팔렸고 현금 예금과 수표 등 30여 억원은 압류되어 재산이 전혀 없다고 한다. 무히카 전 대통령보다도 더 가난하여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12월 31일자로 자유의 몸이 되어도 퇴원하면 곧장 갈 집이 없어서 가족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은 형제 집에 가든지 아니면 다른 집을 빌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는 '집 없는 천사'로 불리울지 모르겠다.

역사의 왕조 시대를 연상케 하는 실각한 여왕의 유배와 줄 고구마 캐듯 그 가신 그룹들에 대한 가차 없는 숙청은 이제야 겨우 막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부조리 속에 한국의 정계는 대선과 맞물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으로 인한 그녀의 정치력과 영향을 놓고 갑론을박이 연일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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