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 (12) 이영운 선생님, 청장 집에서 보낸 라마단(Rama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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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 (12) 이영운 선생님, 청장 집에서 보낸 라마단(Ramadan)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2.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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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교육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청장 집에서 보낸 라마단(Ramadan)

오늘은 라마단이 끝나는 날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아주 큰 명절로 지낸다. 유아교육청장 Directeur Ousmane Diouf가 집으로 초대했다. 청장이 거주하는 안마리스트스끼자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2000 세파를 지불했다. 그는 딸 셋과 아들이 하나 있다. 가족 사항은 다음과 같다. 그의 부인 Khady Faye(1월 1일생), 큰 딸 Maye Diouf(6월 7일생), 작은 딸 Fatoy Diouf(11월 16일생), 아들 Mouhamed Diouf(10월 27일생), 막내 딸 Thioro Diouf(5월 10일생), 그리고 청장 Ousmane Diuof(7월 30일생) 등 여섯 식구다. 아마 청장 모든 가족의 생일에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할 것 같다.

청장댁에서 라마단을 보내며
청장댁에서 라마단을 보내며

라마단 축제 때는 보통 1시경에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 6시경에 점심, 그리고 저녁 11시경에 저녁 식사를 하는 게 보통이다. 1시에 아침 식사가 나왔다. 양고기와 양파 등을 함께 볶은 것을 바께트 빵과 함께 먹는 것이 아침이다. 약간 짠 맛이지만 맛있다.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이어서 요구르트와 차가 나왔다. 이곳 차는 거의 설탕 덩어리라고 함만큼 몹시 달다. 청장을 방문한 좋은 기회에 김유나 선생과 함께 사무실 분위기 이야기도 나누고, 청장 Diouf와 함께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청장이 거주하는 이 집도 정부 임대 주택으로 방 둘, 거실, 부엌 등이 있었다. 정부의 주요 공직자들에게는 정부에서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이곳의 관례다. 얼마 안 되는 월급으로 수도에서 주거비를 내고 생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좁고 더웠으나, 아주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유나 선생은 1년 전 OJT(On the Job Training : 직장 내 훈련) 기간 중에 이집에 일주일간 살았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과 아주 가깝게 알고 지내고 있었다. 파견된 봉사단원들은 소속된 기관장 집에서 생활하면서 그 나라의 생활 풍습을 익힌다.

OJT는 봉사단원이 자기가 근무할 사업소 소장 집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현장 경험, 사업 정보 파악, 친교, 언어 교육 등을 받는 기간을 말한다. 물론 우리 같은 자문단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다. 청장의 가족 중 두 딸은 고등학생, 그리고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고, 막내는 한 살 반 된 딸이다. 아이들은 모두 예의를 잘 갖추어 손님을 맞이했다.

세네갈은 이슬람교가 절대적 다수 종교인 관계로 이슬람교의 주요 종파 지도자들이 세네갈 실제 국내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세네갈은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가 헌법으로 보장된 국가로, 종교 간 종파 간 분쟁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다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세네갈에서는 주요 명절 역시 종교적 전통을 따른다. 인구의 대다수가 이슬람교인 만큼 이슬람 국가에서 주로 지키는 이슬람 명절과 가톨릭의 휴일 모두 통상적인 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한가위나 구정과 같은 최대의 명절로는 이슬람 명절인 코리떼(La Korite)와 따바스키(La Tabaski)가 있다.

이슬람력으로 10월 첫째 날에 개최되는 코리떼는 다른 이슬람국가에서는 Aid 디 Fitr라 불리는데, 이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로 아침에는 온 가족이 함께 띠아크리(Thiakry) 또는 라크(Lakh)라 불리는 아침 식사를 만들어 함께 먹고, 점심은 닭고기나 양고기 등으로 식사를 준비한다. 가족, 친지, 이웃들과 나누며, 저녁때 아이들은 새 옷을 입고 이웃집을 돌며 선물을 얻으러 다닌다. 이때에 어른들은 서로를 방문하여 일상생활에서 쌓여 있을 수 있는 감정을 해소하고 서로간의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이슬람력으로 12월 10일부터 시작되는 따바스키는 이슬람 최대의 명절로 Aid 디 Kebir라고도 불린다.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의 목을 베어 신께 바치려 하자, 신이 대신 아브라함에게 양을 보낸 것을 기념하여 양을 잡아 가족, 이웃 등과 나누어 먹는 명절이다. 이때는 기독교 가정이 이슬람 가정에 초대되기도 하고 코리떼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새 옷을 입고 이웃집을 돌며 선물을 얻으러 다니기도 한다.

 

탈라베 센터에서 아이들과
탈리베 센터에서 아이들과

이 곳 축제들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따바스키가 끝난 한 달 후에는 회교력으로 새해를 기념하는 땀카리트(La Tamxarit) 축제가 열린다. 이슬람력 상 1년의 마지막 날 밤에 전개되는 축제 때에는 남자는 여장을 하고 여자는 남장을 하여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신년 선물을 요구하는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진다. 이슬람력 3월 12일은 예언자 마호메트의 탄신일로 밤늦게까지 기도 행사가 열리고 다음날은 공휴일로 지정되어 쉰다. 이밖에도 세네갈은 가톨릭의 휴일인 성모승천일(Assomption), 만성절(Toussaint), 부활절(Paques), 성탄절(Noel), 성령강림축일(Pentecote), 예수승천축일(Ascension) 등을 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오후에 Ms Jiam 이라는 여자 분이 세 명의 아들을 데리고 방문했다. 그녀는 유니세프에 근무하고 있고 국적은 말리다. 그녀는 내게 프랑스 문화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기를 권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그러나 문화원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제주도 돌하르방 부부상을 청장에게 선물했다. 재앙을 막고 행복을 지켜주는 제주 돌하르방에 청장은 아주 만족해했다. 5시경에 점심이 나왔다. 양고기가 뼈째로 튀겨져 나오고, 야채 등이 많이 곁들여져 있었다. 모두가 오른 손으로 먹는다. 우리는 익숙지 않아 결국 포크로 먹었다. 조금 질겼고 썰기도 쉽지는 않았다. 맛은 구수 담백하고 우리 입에 잘 맞았다. 식후에는 사과와 배가 나왔고, 이어서 주스도 나왔다. 8시경에 집을 나섰다. 국장은 더 놀다가 저녁도 먹고 하루 자고 가야한다고 잡아 당기지만 염치가 없을 것 같았다. 또 방문도 너무 길어지면 서로가 피곤한데, 이곳 분위기는 원래 자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어떻게 나중에 보답해야 할는지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진다.

(2014년 7월 29일)

우리 탈리베(Talibé)

낮에 걸어서 공항 근처에 있는 St. Christopher 성당 미사에 다녀왔다. 11시 미사인데 시작 시간은 11시 35분이다.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 오히려 조금 먼저 시작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신부는 백인이었다. 그러나 미사가 끝난 시간은 12시 40분으로 전과 같았다. 강론 시간이 무척 짧았다.

어제는 토요일이었는데 딱히 할 일도 없어서 평일 미사에 참례했었다. 코이카 현지 직원 Jean Seck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이 성당을 안내해준 것도 그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는 신부가 되기 위해서 신학교에 갔다가 어떤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도 저녁 6시 30분 미사에 참례한다고 해서 성당에서 만나 함께 미사를 봤다. 성당까지의 시간은 걸어서 30분 정도였다.

길거리엔 소위 탈리베라고 하는 구걸하는 거리의 아이들이 많았다, 처음 만난 두 명의 아이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거리에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있어서 도저히 모두에게 관심을 베풀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또 돌아오는 길에 어떤 청년이 영어로 돈 좀 달라고 한다.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모두 자선이 필요한데 베풀려면 내가 어찌해야 할는지 감당이 안 된다.

탈리베(Talibé)는 이슬람 학교 다라(Daara)에서 마라부(Marabout)에게 코란(Quuran)을 배우는 아동으로서 공식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소외되어 있다. 탈리베는 세네갈 내 약 5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대부분(60.6%)이 Kolda 등 빈곤지역에서 도시로 왔으며, 이외 기니비사우(26.3%), 감비아(7.4%), 기니(3.4%), 말리(1.7%) 및 모리타니아(0.6%)에서 온 것으로 파악된다.

탈리베는 다라에서 종교 학습과 아랍어 등을 중심으로 8년 과정을 마쳐야 하며, 기본 과목을 중심으로 하는 6년간의 세네갈 정규 교육 과정과의 차이로 인해 일반 학생과 수학 등 과목에서 학습 능력 격차가 발생한다. 또한 탈리베는 마라부의 교육 방침에 따라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고 하루 수입 할당량을 채워야 하므로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보다 구걸을 하며 보낸다. 이러한 할당량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굶거나 폭행을 당한다. 이처럼 탈리베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박탈되고 인신매매의 위험이 도사리는 열악한 환경에 있으며 아동 노동 및 육체적·정신적 학대 등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교리는 탈리베의 구걸을 통한 고행이 겸손의 미덕을 배우는 방법이며 이슬람교도가 자선을 베푸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있어 탈리베 문화가 더욱 고착화되었다. 또한 정부가 세네갈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무슬림 당파의 정치적 반발을 간과할 수 없어 관련 문제의 해결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탈리베 교육 장면

이에 대한 대안 책으로 공여 주체와 정부는 프랑스어, 수학, 과학 등을 교과과정에 통합하고 교사 훈련 및 의료 안전규정을 갖춘 현대적 다라를 개설·지원하고 있으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다라는 정부의 규제에 예속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고등교육 접근성 및 고용시장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져 소외 계층의 공식 교육 통합이 시급하다.

원래 지난주 수요일에 이사를 하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부동산 업자가 핑계를 대서 이사를 못했다. 아마 내일은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어제 집에 가보니 집은 수리 중이었고, 쓰레기들은 처음 갔을 때처럼 방마다 가득가득 쌓여 있었다. 앞으로 제대로 치우고, 제대로 수리할는지 궁금하다. 이사 간 후에도 정리하고 치우고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방충망, 세탁기, 물통, 열쇠 등 보완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유숙소에 투숙중인 용접 전문가 이상규 단원은 자기도 집에 이사해서 제대로 정착하는데 석 달이 걸렸다고 한다. 특히 자기가 사는 시골엔 벌레가 너무 많아서, 퇴치 예방 장치를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오늘 밤이 임시 숙소인 이 유숙소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벌써 이곳에서의 생활이 2주가 되었다. 물론 이 곳에서의 생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우선 오고 가는 많은 단원들과 만날 수 있고, 그들을 통해 활동 정보, 생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틈나는 대로 프랑스어 공부할 수 있어서, 기초 부분을 한 번 더 마스터 할 수 있었다.

(2014년 8월 3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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