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13)이영운 선생님, 이사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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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13)이영운 선생님, 이사 가는 날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3.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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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봉사활동 체험기

이사 가는 날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드디어 이삿날이다. 아침 아홉시에 미리 예약한 이사 차량과 현지 직원 Jean Seck이 왔다. 우선 봉사단원 황 선생의 아파트로 가서 그녀가 사용하던 짐들을 싣고 내 집으로 다시 가야 한다. 그녀의 살림을 내가 인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집은 2층이었다. 고장난 세탁기, 1인용 침대, 간이 책상, 가스렌지, 그릇 등을 실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10 리터들이 Kirene 생수를 10개 샀다. 가장 일반적인 고품질 생수다.

내가 살 집은 5층이다. 이곳에서는 4층이라고 한다. 불어권 국가들은 지상 일층을 0층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젊은 청

이사간 아파트
이사간 아파트

년 한두 명을 불러, 짐을 옮겼다. 세탁기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고장난 세탁기다. 수리해서 사용해 볼 생각이다. 집에는 Bayfal이라고 하는 가르댕(집지킴이)와 한 여자가 방바닥 등을 청소하고 있다. 우선 짐을 대강 옮겨두고, 김형철 코디네이터 선생님 그리고 다른 일행과 함께 점심을 했다.

집에 오니 가르댕이 청소비용을 내라고 한다. 나는 서비스인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그러나 청소는 너무 대충대충해서 다시 혼자서 대청소를 시작했다. 방을 모두 다시 쓸고 닦고 화장실들 묵은 때를 벗겨내고 하루 종일 들락거렸다. 가르댕은 그 여자를 본느로 사용하라고 한다. 본느는 가사도우미로 보통 한 달 기간으로 일주일에 며칠 와서 청소, 식사, 세탁 등을 한다. 비용은 별로 비싸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체질상 본느를 고용할 정도의 정서는 안 된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현지 교육을 받을 때부터 현지와 연락하여, 이미 본느를 구한 자문관들도 있었다. 내 생각에는 봉사활동을 왔으면서 그런 대접을 받아가며 생활하는 것이 아무래도 나의 생활 태도와 멀어 보였다. 시니어 단원들도 본느를 고용해서 생활하는 분들이 많다. 어쨌든 자기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잠을 청하니 마음이 편하다. 이제 다리를 쭉 펴고 자야겠다.

(2014년 8월 4일)

첫 출근

첫 출근이다. 9시에 도착했는데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얼마 기다리자 직원들이 한두 명씩 들어선다. 김유나 선생의 소개로 여러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고 간단한 대화도 나눴다. 방마다 대개 한 사람씩 근무하고 있었고, 영어를 조금 하는 분도 계시고 못하는 분도 계셨다. 유아교육청장인 Diouf는 오후가 되어야 출근했다. 장관과의 회의가 있었다고 했다. 유아교육청은 별도로 교육부와 따로 떨어져 나와 있다. 본청 건물이 협소하고 낡아서 따로 나와 있는 것이다. 나는 준비해간 고급 볼펜을 전 직원에게 선물로 주었다. 작은 선물이지만 모두가 좋아 하였다.

근무할 사무실을 배정 받았다. 혼자 근무하게 된다. 그런데 책상과 의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컴퓨터도 집기도 사무용품도 없다. 아마 모든 것은 내가 준비해야 하는가 보다. 그러나 유나 선생이 함께 근무하게 되어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게 되었다.

유아교육청에서 업무 추진 중
유아교육청에서 업무 추진 중

점심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식당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는다. 한 가지 메뉴다. 가격은 1000세파라고 한다. 작은 생선이 기름에 튀겨져 나오고, 흰밥을 양파 소스와 섞어 먹는 것이다. 맛은 괜찮았다. 가격도 쌌다. 1시 30분이 아마 점심시간인 것 같다.

청장에게 내가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서류로 작성하여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유치원 등 현장 방문으로 세네갈의 유아 교육 현황을 정확히 살펴서, 내가 지원이나 자문할 내용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자문활동과 또 프로젝트를 구안하여 함께 실천하는 것 등이다.

내가 작성하여 제출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를 초청해준 세네갈 교육부와 유아교육청에 감사드리며, 근무기간 중 세네갈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일주일에 2, 3 회 유치원, 학교, 교육기관 등을 방문하여 교육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2. 우리 기관에서 행하는 출장이나 행사 정보를 가능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출장 등에 함께 참여하여 유아교육 내용을 잘 파악하고 싶습니다. 저희 출장비는 제가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3. 한국의 유아 교육 현황을 설명하고 세네갈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설명하고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몇 차례 갖고 싶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소, 전문가 참석 등을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4. 시간이 흐른 후 향후 바람직한 세네갈 유아교육의 방향, 교육과정, 교육내용 등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5. 제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서류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6. 저에게 도움을 줄 코디네이터 직원을 한 분 지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7. 이곳에 근무하게 된 것을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이곳에서의 경험이 저의 인생에 큰 보람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또 저의 작은 노력이 세네갈의 유아교육 발전에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14년 8월 6일 세네갈교육자문관 이영운 드림

교육부 장학관들과 함께

이런 내용은 사전에 작성하여 유숙소에서 마침 한국에 유학중인 세네갈 현지 교민 학생이 있어서 불어로 번역하여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다. 아직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또 이곳에서 무엇을 해달라는 요청도 전혀 없다. 결국 내가 찾아서 성심성의껏 해나가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유나 선생이 먼저 퇴근해 버려서 혼자 집을 찾아오는데 방향이 헷갈려서 오던 길을 10여분 다시 되돌아가 겨우 집에 도착했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여서 출퇴근이 좋은 편이다.

집에 도착하니 여전히 이사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아, 다시 청소와 정돈을 시작했다. 부엌 싱크대 등은 파손된 채로 수리가 되어 있지 않아 언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새 출발, 새 단추를 잘 채워서 모두에게 보람된 여정이 되길 바라며 새 둥지에서 두 번째 잠자리에 들었다.

(2014년 8월 6일 수요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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